[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충당금을 줄이는 통에 리스크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높아진 데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 사모펀드 여진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신한지주(055550)는 지난해 은행·비은행 부문 성장에 힘입어 첫 당기순익 4조원 클럽에 입성했지만, KB금융지주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리딩 금융사'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은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2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시중은행장 등과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와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1일 국회가 소상공인·방역지원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확정하며 ‘금융권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한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자영업자 경영과 재무상황에 대한 미시 분석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관련) 정확한 일정과 세부적인 부분은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2020년 4월 이후 3차례 연장했던 2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3월부터 정상화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재연장하는 방향을 잡고,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관련 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거듭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로 회색 지대에 있는 부실채권 등 숨겨진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추후 원금 부실로 인해 여신자산의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지주는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 대비 여력도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태경 신한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초 컨퍼런스 콜을 통해 “위험노출액은 총 1000억원 수준으로 추가 적립한 충당금이 1400억원 이상 된다”면서 “보수적으로 적립했기에 설령 개별적인 상환 유예 차주들이 더 부실화 되더라도 매크로하게 대응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당장 연체율 등 부실지표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신한지주의 은행총여신 연체율은 0.19%로 전년(0.24%) 대비 0.05%포인트 감소했으며, 가계대출 연체율은 0.21%에서 0.17%로 줄었기 때문이다. 연체율 하락은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감소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작년 말 신한지주의 전입액은 9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3910억원) 대비 28.3%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105560)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1218억원으로 16% 늘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9%로 전년동기(0.49%)보다 줄었지만 KB금융(0.33%)과 비교하면 높다.
신한지주가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된 움직임이다. 현재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 KB금융에 리딩 금융 자리를 뺏긴 후 2년 연속 2위에 머물고 있다. 양사 간 격차는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의 경우 순익이 400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의 경우 신한지주(4조193억원)와 KB금융(4조4096억원)의 차이는 4000여억원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 결과가 확정되지 않는 등 사모펀드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다는 점도 리딩금융 탈환의 발목을 잡는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펀드,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상품 등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금융 투자 상품과 관련해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관리부문 영업 위축,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 수익기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지원 장기화로 잠재부실이 누적되고 한계차주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무건전성 하방 요인으로 지목하며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태영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신한지주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과 여신성장세 등을 감안할 때 이자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실물경제 리스크 확대에 따른 자회사 자금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채발행이 확대될 수 있어 부채비율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지속되고 정책자금 지원 효과가 약화될 경우 코로나19민감업종 중심으로 여신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어서다. 나신평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자동차와 기계·금속, 섬유·화학 제조업, 도·소매, 음식점, 숙박, 여행·레저 등 코로나19 민감업종에 대한 비중이 작년 9월 말 27.0%로 시중은행 평균(21.3%)을 상회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금융지원 대출 차주들에 대한 부실 시나리오에 대한 규모를 추정해보고 대응 능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