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기룡 기자]
드래곤플라이(030350)가 10년째 외형이 쪼그라들 전망이다. ‘카르마 온라인’과 ‘스페셜포스’를 근간으로 성장한 이후 실적을 견인할 만한 신작을 선보이지 못해서다. 현재 ‘스페셜포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 게임을 준비하고, NFT(대체불가토큰)로 사업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드래곤플라이는 지난해 3분기 개별기준 2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코스닥 상장사가 매출액 30억원을 넘지 않을 시 관리종목에 지정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까스로 요건을 피한 셈이다. 다만 10년째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국내 FPS(1인칭 슈팅 게임) 1세대로 통하는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 온라인’과 ‘스페셜포스’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성장한 게임사이다. ‘스페셜포스2’를 선보였을 당시 3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2012년을 기점으로 매년 매출액이 감소하더니 10년 연속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줄어든 매출 외형은 첫 번째 관리종목 지정 위기로 이어졌다. 드래곤플라이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스닥상장사의 경우 4년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을 넘어가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드래곤플라이는 2020년 9873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문제는 가까스로 이룬 영업이익이 새로운 매출원천을 확보했다기 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이뤄졌다는 데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2020년도 영업비용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 감소했다. 영업비용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항목은 경상연구개발비이다. 같은 기간 경상연구개발비는 35억원에서 5억원으로 85.0% 급감했다.
줄어든 경상연구개발비는 신작 게임들의 미진한 성과로 나타났다. 당시 드래곤플라이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새 먹거리로 선정한 상태였다. ‘스페셜포스’ IP를 활용한 VR 게임 3종과 ‘또봇VR’, ‘신비아파트VR’. ‘시노스톤VR’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에 걸쳐 출시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VR·AR 부문 매출액이 30억원에 달했다는 점이 그간의 성과를 반증한다. 전체 매출액의 49.3%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상연구개발비가 줄어든 이후에는 신작 VR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VR·AR 부문 매출액은 2020년 5억원 수준까지 감소하더니,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1억원정도에 그친 실정이다.
침체기 속에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시스웍(269620)이 2020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18.6%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시스웍은 진단키트 전문업체인 비비비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이후에는 김재식 비비비 부사장이 드래곤플라이의 대표이사직에 올라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선택한 신사업은 자동차용 패드·기능성 필름이다. 이를 위해 73억원을 들여 비상장사인 리노펙을 인수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에이피알지(APRG)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는 APRG에 19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단행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이다.
다만 드래곤플라이는 신사업보다 여전히 게임부문을 통해 실적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지난해 이뤄진 3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도 모집한 자금 중 206억원을 게임부문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신규 게임·메타버스 개발 132억원 △신규 게임 론칭·마케팅 35억원 △해외시장 확대 25억원 △게임 개발·운영설비 고도화 14억원 등이다.
신규 게임의 프로젝트명은 ‘SF NEW’로 2022년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VR·AR 콘텐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콘텐츠인 ‘META M(프로젝트명)’도 2023년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인 비비비와의 협업을 통해 뉴로기어 등 차세대 의료기기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내용도 존재했지만 7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드래곤플라이가 관리종목 지정요건을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동남아 시장에 선보이는 ‘스페셜포스’ P2E(Play to Earn) 버전이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드래곤플라이는 이를 위해 러쉬코인 재단이 합작해 설립한 디에프체인의 필리핀 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NFT 발행과 코인 입출금, 리워드 수급 조절 등을 맡게 된다.
디에프체인은 지난달 31일 P2E 플랫폼인 ‘인피니티 마켓’의 알파 버전을 공개한 상태이다. 또 게임 IP를 활용한 PFP(Picture For Profile) NFT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메타콩즈와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PFP NFT는 프로필 사진 형태의 디지털아트를 활용한 것으로, 드래곤플라이는 향후 ‘스페셜포스’ P2E 버전의 정식 서비스 전 관련 IP를 활용한 PFP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드래곤플라이 측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