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미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설립 등 추가 투자 예정상환전환우선주로 자금 모아도 계속되는 투자에 재무 우려 지속SK E&S 생산 예정인 그린수소, 2030년에나 경제성 가질 듯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는 SK E&S(에스케이이엔에스)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환전환우선주 본입찰이 흥행하며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예정된 투자와 앞으로 계속될 추가 투자를 고려하면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왼쪽부터)유정준 SK E&S 부회장, 앤드류 J. 마시 플러그파워 CEO,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이 6일 서울 SK서린사옥에서 열린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 E&S
SK E&S는 지난 6일, 미국의 수소 전문기업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의 목적은 ‘아시아 수소사업 공동 추진’으로, 합작법인 지분은 SK E&S가 51%·플러그파워가 49% 보유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2024년까지 수소 연료전지·수전해 설비 등 수소사업 핵심 설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가 팩토리 & 연구·개발(R&D) 센터’를 수도권에 건설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수전해 설비와 연료전지의 단가를 플러그파워의 기술력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낮춰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수전해 설비 시장은 125㎿ 수준으로, 2040년에는 490GW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사업은 손꼽히는 미래 유망 산업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지난 7월 수전해 설비 건설을 발표한 프랑스 기업 ‘Qair’는 2.24GW의 그린수소 수전해 설비를 짓는 데에 69억 달러, 우리돈 8조2455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해당 설비 완공시 예상되는 연간 그린수소 생산량은 29만6000t인데, SK E&S가 2025년까지 연 3만t의 액화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까지 세계 1위 수소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SK E&S는 지난 1월에도 플러그파워 지분 9.9% 인수를 위해
SK(034730)㈜와 함께 16억달러, 한화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SK E&S의 재무 상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SK E&S의 총차입금의존도는 50.7%, 순차입금의존도는 40.4%로 신용평가사의 건전성 기준인 30%를 크게 웃돈다. 총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9.9%포인트 증가했고, 순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무려 21.7%포인트 늘었다. 부채비율은 상반기 기준 207.8%로 규모 자체는 건전한 수준이지만, 급격한 증가세가 우려할만한 점으로 꼽힌다. 작년 상반기 기준 SK E&S의 부채비율은 139.5%로, 1년 새 부채비율이 68.3%포인트나 증가했다.
차입금이 늘면서 유동성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상반기 기준 SK E&S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1조7972억원으로, 1조2392억원 수준인 현금성자산보다 45% 이상 많다. SK E&S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재무 위험에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 SK E&S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선정하고, 상환전환우선주를 통한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SK E&S는 KKR과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우선주 발행과 2조4000억원 규모의 자본금 조달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조달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K E&S가 수소사업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전반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승희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번 자금조달이 숫자로만 보면 회계상으로는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SK E&S의 경우 사업다각화를 위해 수소 사업을 비롯한 신재생 분야 등에 계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조달한 자금 역시 투자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지난 5월 투자 부담 확대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SK E&S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실제로 SK E&S는 지난 9월 미국 그리드솔루션(Grid Solution) 기업 ‘키 캡쳐 에너지’(Key Capture Energy, KCE)의 지분 약 9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그리드솔루션이란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전력공급의 변동성과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송전·배전망과 연결된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인공지능(AI)기술을 접목해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에너지 분야 신산업을 말한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국내외 대규모 재생에너지와 해외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해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를 7GW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2.46GW 수준인 SK E&S의 태양광·풍력발전 규모를 고려할 때 관련 사업에도 추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백신 확산으로 SK E&S의 영업이익도 회복하고 있지만, SK E&S가 수전해 설비로 생산할 청정수소인 ‘그린수소’의 경우 2030년에나 경제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수전해 기술이 발전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하락하면 2030년경에는 그린수소 생산원가가 그레이·블루수소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SK E&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비가 가동되는 2023년부터는 블루수소 등을 통해 수소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 E&S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계열사 중 한 곳이지만,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한 계열사가 더 있는 상황에서 그룹이 투자금을 대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실적을 대폭 개선하거나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재무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