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로봇 파트너로 현대엘리베이터 고른 이유는
LG전자, 20일 현대엘레베이터와 배송로봇·스마트빌딩 사업 맞손
현대엘리, 자회사 현대무벡스 통해 AI·스마트 물류·로봇 배송 사업 박차
공개 2021-09-02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1일 09: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G전자(066570)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로봇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을 계속해서 채용하고, 최근에는 현대엘리베이(017800)터와 손을 잡으며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현대엘리베이터와의 협업 이후 로봇 중에서도 배송·유통 로봇 분야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우)와 권순황 LG전자 BS본부장(사장)이 로봇 연동·스마트빌딩 솔루션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지난 20일 현대엘리베이터와 배송 로봇·스마트빌딩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로봇 물류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사업 기회 발굴 △올레드(OLED) 사이니지 적용한 프리미엄 엘리베이터 구축 협업 △스마트홈·빌딩 내 차별화 서비스 추진 등을 단계적으로 함께할 방침이다. 
 
LG전자가 로봇 전문기업이나 IT기업이 아닌 현대엘리베이터를 로봇 부문 파트너사로 선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은 LG전자가 로봇 사업의 방점을 배송 부문에 두고 있고, 이 부분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지난 협약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로봇-엘리베이터 연동을 통한 ‘로봇 배송 서비스 고도화’였다. 로봇 배송이란 자율주행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택배나 음식을 배달하는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로봇과 엘리베이터가 인공지능 등의 방식으로 연결되면, 로봇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이동하면서 물품 등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규모가 큰 건물에는 필수인 엘리베이터 사업에서 전문성과 점유율을 지니면서도 로봇 배송에 적극적인 현대엘리베이터가 LG전자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로봇의 배송이라는 단순 서비스를 넘어 유기적인 연동을 바탕으로 아파트·호텔·오피스·상업시설 등 다양한 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도화된 로봇 배송 서비스는 아파트 단지·사무 빌딩·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산업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서의 택배 관련 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고 코로나19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비대면’ 기조와 배달 수요가 커지면서, 배송 로봇 사업 시장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에 의하면, 비대면 기조와 전자상거래 이용 확대 등으로 2030년에는 배송 로봇 시장이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배송물량 중 로봇이 처리하는 비중도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공개한 실내외 통합배송 로봇. 사진/LG전자
 
잠재력이 큰 배송 로봇 시장 공략을 위해 LG전자는 지난 7월 열린 ‘제18회 유비쿼터스 로봇 2021’에서 ‘실내외 통합배송 로봇’을 공개했다. 실내외 통합배송 로봇은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까지 이동하며 배송할 수 있는 로봇이다. LG전자는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검토와 제품 검증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고 시범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는 도미노피자와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도미 런’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LG전자가 현대엘리베이터를 파트너로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현대무벡스(319400)다. 올해 3월 상장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자회사 현대무벡스는 그룹에서 물류자동화시스템·스크린도어(PSD)·IT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와 차녀 정영이 차장이 근무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라 무인 물류 자동화 설비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더한 엘리베이터의 등장에 따라 현대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현대무벡스가 경기도 이천 현대아산타워에서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로봇의 자율주행 기능과 승강기 연동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무벡스
 
현대무벡스는 이미 지난 2018년 로봇 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엘리베이터-로봇 연동 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엘리베이터로 층간 이동이 가능한 로봇배달 서비스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서울 광진구 H 애비뉴·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광교 앨리웨이 아이파크 등 3개 현장에서 엘리베이터-로봇 연동 테스트와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이용자가 로봇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로봇이 이를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알리고, 플랫폼이 승강기에 명령을 내려 로봇이 자율 주행해 목적지에 다다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대무벡스는 이를 위해 건물 내 로봇과 엘리베이터, 출입 게이트 등에 상호 통신을 기반으로 한 ‘로봇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19년에는 로봇지능화 솔루션 전문기업 테크플로어와 ‘물류 로봇 서비스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건물 내 층간 이동 배달 서비스와 신규 대단지 아파트·스마트 시티 등에서의 실외 공간 배달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현대무벡스의 행보로 인해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협약 이후 실제로 협력할 주체는 현대무벡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스마트공장이 LG전자의 로봇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잔디깎이 로봇(모델명 L711HR)’과 ‘협동 로봇(CAJT00)’의 전파인증을 받았다. 협동 로봇은 LG전자가 새롭게 시도하는 분야로, 로봇이 생산시설에서 사람이 하는 단순노동을 대신 맡아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을 도우며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배분하는 점, 도입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이 기존 생산라인 로봇과의 차별성으로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용 협동 로봇을 연구·테스트 용도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2021년 4월 완공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중국 상하이 금산공업구 신공장.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 12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상하이 금산공업구에 연간 생산량은 2만5000대 규모의 스마트캠퍼스를 준공했다. 지난해에는 이천에 있는 본사를 충주로 확장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신공장에는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미래 유망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 △연구개발 센터 △물류센터 △세계 최고 높이(300m)로 건설되는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 등이 들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협동 로봇이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스마트공장에서 시범 운행을 할 수 있고, 로봇 개발 완료 후에는 최초 도입 공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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