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짚고 헤엄치는' 삼성생명…퇴직연금 몰아주기 "너무하네"
적립금 절반 이상 계열사에서 나와…DB형 비중, 3년째 증가
'50%룰' 자율결의 헛구호…수수료율도 업계 최고 수준 기록
공개 2021-04-28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최대 퇴직연금 사업자인 삼성생명(032830)의 계열사 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마련을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계열사의 절대적인 지원 아래 덩치를 키우며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서 몰아주는 퇴직연금이 삼성생명의 수익성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개인고객 확대 등 퇴직연금 쏠림 현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삼성생명은 그룹 의존도가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계열사 비중이 더 늘어나며 압도적인 적립금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다 퇴직연금 수수료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반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성과가 없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룹 내 비중이 높았던 현대차증권의 계열사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생명보험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33조6970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체 43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으로 업계 2위인 신한은행과 6조9859억원 격차가 난다.
 
삼성생명의 곳간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나온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계열사가 그룹 소속 금융사에 퇴직연금 운용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계열사 적립금은 모두 18조3346억원으로 전체의 54.41%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가입액의 절반 이상이 그룹 내 직원들에게서 나온 자금인 것이다.
 
지난 2013년 금융권이 부당내부거래 근절을 위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 대비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2015년까지 50% 이하로 낮추기로 자율 결의했지만, 계열사 의존도는 여전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보면 2019년 1분기 49.3%에서 지난해 1분기 52.5%로 3년 연속 증가세다. 별도의 제재가 없는 까닭에 금융사 자율결의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계열사 적립금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차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80.82%에 달하지만, 전년 동기(82.07%)에 비해서는 감소한 상황이다. 전체 적립금이 두 번째로 많은 신한은행의 경우 자사 계열사 적립금(2868억원)이 1.07%에 그쳤다.
 
계열사 의존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재원을 적립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DB형의 경우 총 적립금 27조5665억원 가운데 17조7340억원이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28260), 삼성중공업(010140) 등 계열사 물량이기 때문이다. DB형 내 계열사 비중은 2019년 1분기 59.13%에서 지난해 1분기 62.28%, 올해 1분기 64.3%로 3년째 늘고 있다. 이에 반해 근로자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금융사를 선택,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경우 계열사 실적이 최근 3년간 전무하다.
 
계열사 직원 등 DB형 가입자에게 받아가는 수수요율 또한 0.66%(DB형·3년 계약 기준)로 증권·생명보험 업계를 통틀어 가장 높다. 예컨대 삼성생명 DB형에 1억원을 넣는다면 운용관리 수수료(0.36%)와 자산관리수수료(0.30%)를 포함해 연간 퇴직연금 수수료로 66만원을 내야 한다.  
 
사진/뉴시스
 
반면 적립금 덩치 대비 수익률은 저조하다. 올해 1분기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2.14%로 업계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4위)보다 높지만, 퇴직연금 자산운용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10년 장기수익률(2.47%) 지표는 넘지 못했다. 현재 DB형 수익률은 신영증권(001720)이 8.45%로 가장 높으며 대신증권(003540)(3.44%), 교보생명(3.31%), 현대차증권(001500)(2.27%)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회사가 일정액을 내고 노동자가 운용책임을 가지는 확정기여형(DC)과 IRP형의 수익률은 5.23%, 3.94%로 각각 업계 16위, 26위에 그쳤다. DB형과 IRP의 10년 장기수익률은 각각 2.9%, 2.55%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관리 적립금 기준으로 보면 자기계열사 비중이 49%로 결의 사항을 지키고 있다"면서 "DB형의 경우 적립금 규모가 많을수록 (수수료 측면에서) 가입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의 변액보험·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특별계정수입수수료는 작년 말 1조5112억원(별도 기준)으로 전체 영업수익(29조6616억원)의 5%를 차지했으며, 특별계정수익은 7512억4700만원으로 전년대비 43.5% 증가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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