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외국기업 기술특례 1호’ 선례로 남을 소마젠 상장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소마젠 상장 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는 오버밸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소마젠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을 섬세히 조정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소마젠은 다음달 7~8일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외국기업 최초의 기술특례 상장 도전이다. 소마젠은 국내 코스닥 상장사
마크로젠(038290)의 종속회사이지만,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해있어 외국기업으로 분류된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소마젠 상장 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도 나름의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 좋은 참고모델로 남지만, 반대로 흥행에 실패하면 반쪽짜리 선례로 회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이뮨텍·프레스티지바이오 등 다수 외국기업이 소마젠 다음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소마젠 밸류에이션을 위해 신한금융투자는 주가수익비율(PER) 방법을 적용했다. 비교그룹으로는 국내의
씨젠(096530),
나노엔텍(039860), 그리고 미국의 퀴델코퍼레이션(Quidel Corporation)을 택했다. 이들 기업은 ‘진단키트’로 묶인다. 현재 소마젠 매출의 99%가 유전체 분석사업에서 나오지만, 주관사는 소마젠이 미래 먹거리로 진단키트를 낙점했다는 점, 그리고 상장사 중 소마젠과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적다는 점 등을 반영해 이들을 선정했다.
소마젠 최근 실적 추이. 사진/뉴스토마토DB
문제는 비교기업 주가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주로 분류된 씨젠의 주가는 올해 1월 초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 소마젠 상장예비심사 승인일이 3월 말이므로, 씨젠 주가 폭등분도 밸류에이션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비교그룹 주가 변동성 확대로, 신한금융투자의 고민도 커졌다. 결국 밸류에이션 적정성은 결과로 말하게 되지만, ‘오버밸류’라는 비판을 마냥 피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비교그룹을 바꾸기도 어렵다. 소마젠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냈고, 신한금융투자는 해당 시기부터 비교그룹을 선정했다. 한국거래소는 예비심사청구 단계에서 밸류에이션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지만, 그와는 별개로 주관사는 업무 진행 등을 위해 밸류에이션 논리를 확보해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씨젠 주가 폭등으로 주관사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비교그룹을 바꾸면 거래소에 제출했던 로직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적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마젠 입장에서 씨젠 주가 폭등은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상장사 기업가치 확보, 성공적 선례 남기기, 오버밸류 논란 해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며 밸류에이션에 적용할 PER을 섬세히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오버밸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주가 산출에 30거래일의 종가 산술평균을 투입했다. 그 결과 씨젠 PER은 58배로 산출됐고, 기타 비교그룹을 종합한 소마젠 적용 PER도 42배로 나왔다. 신한금투는 여기에다가 할인율 23.24~41.58%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씨젠 공모밴드는 1만3700~1만8000원으로 정해졌다. PER 23~32배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씨젠 PER은 80~90배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밸류에이션을 높이려고 했으면 씨젠의 주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했겠지만, 외부 비판 가능성을 감안해 주가평균 소급일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노멀라이징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마젠은 금번 상장에 대한 인수수수료율을 500bp로 책정했다. 실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외국기업이라는 점, 인수리스크가 큰 바이오기업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다.
더불어 소마젠은 수요예측 흥행 인센티브로 주관사에 최대 100bp를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만약 소마젠 공모가액이 밴드 최상단인 주당 1만8000원에서 결정돼 인센티브가 최대로 지급되면, 신한금융투자는 소마젠 상장으로만 대략 45억원 내외의 수수료를 손에 쥘 수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