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동일산업(004890)이 철강 경기 둔화의 여파로 이익창출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봉강과 합금철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다만 회사는 차입금 대비 넉넉한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유동성 위험은 사실상 ‘제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동일산업 홈페이지 갈무리)
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동일산업은 과거 철강 호황기였던 2021~2022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봉강과 합금철의 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각각 6.0%, 18.3%까지 올랐지만 2023년부터 국내 수요 둔화, 전력비 상승, 중국산 저가 수입재 확산이 맞물리며 봉강과 합금철 사업 부문 모두 적자로 전환하며 최근까지 매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봉강사업은 제강공정이 없는 단순 압연 구조다. 원재료 대부분을 대형 제강사로부터 조달해 가격 교섭력이 약하다. 합금철 부문 역시 국내 철강업체에 의존도가 높아 업황 변동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철강 시황이 약세를 보일 경우 마진 확보가 쉽지 않다.
주조와 자동차부품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외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전사 수익성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주조사업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운영돼 매출 변동이 적고, 자동차부품 부문은 해외 완성차 1차 협력사와의 거래를 기반으로 영업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자동차사업부 영업이익률은 14.9%로, 전사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프=나이스신용평가)
문제는 이익 규모 축소와 운전자금 변동성이다. 회사의 EBITDA는 2022년 347억원에서 2024년 43억원으로 줄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35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은 110억원에서 –168억원으로 전환됐다. 매출 감소와 원가 부담이 맞물린 결과로, 현금창출력이 뚜렷하게 약화된 모습이다.
다만 설비투자(CAPEX) 부담은 크지 않다. 2022년 자회사 디오토모티브 공장 매입으로 일시적으로 281억원의 투자금이 집행됐지만, 이를 제외하면 연간 CAPEX는 약 60억원 수준이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동일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신규 대규모 투자계획이 없는 만큼 향후 투자 부담도 제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2.7%, 차입금의존도는 2.0%다. 총차입금은 96억원에 불과하며, 현금성자산은 1537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의 16배를 넘는다. 순차입금은 –1441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회사는 실적 둔화에도 재무적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동일산업의 현재 유동성이 충분하지만, 현금흐름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장기적 재무 안정성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실적 회복의 열쇠는 봉강·합금철 부문의 마진 정상화에 달려 있다. 자동차부품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나,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약한 만큼 시황 반등이 없다면 전사 이익률 개선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1966년 설립된 동일산업은 봉강, 합금철, 주조, 자동차부품 등을 제조하는 중견 철강업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사업구성은 봉강사업부 53%, 합금철사업부 25%, 주조사업부 9%, 자동차사업부 12%로, 철강 부문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다. 포항에 세 개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 자회사 디오토모티브는 충남 아산에서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