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크리스에프앤씨(110790)가 의류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온타이드(005320)(전 국동) 매각에 실패하면서 사업구조 재편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인수 예정자인 코스모인베스트먼트가 매매대금 300억원 중 240억원을 미지급하면서다. 향후 크리스에프앤씨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라이선스 사업 확대에 주력해 나가는 한편 매각 재추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사진=크리스에프앤씨)
자회사 부담에 별도 보다 낮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 7월 9월30일을 예정으로 온타이드를 300억원에 처분하겠다고 공시했지만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앞서 크리스에프앤씨는 본사 브랜드 사업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지배 구조를 개편한다는 목적으로 온타이드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매수인인 코스모인베스트먼트의의 잔금 지급 일정이 미뤄지면서 온타이드 매각은 10월24일로 처분예정 일자가 한 차례 연장된 이후 10월29일로 다시 연기됐다. 지난달 말에는 결국 잔금 미지급으로 인해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잔금지급일을 지난 9월30일보다 늦췄음에도 계약금과 1차 잔금 60억원을 제외한 잔금 240억원을 미지급하면서다.
당초 코스모인베스트먼트가 300억원에 크리스에프앤씨가 보유하고 있던 온타이드의 지분 25%를 인수해 1대 주주가 되고, 2대 주주가 된 크리스에프앤비와 협력할 계획이었다.
이번 매각 불발로 인해 브랜드 사업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타이드는 크리스에프앤씨와 우진석 크리스에프앤씨 대표가 각각 지분 33.2%, 0.1%를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다. 소유지분율은 30%대에 불과하지만, 보유 의결권과 과거 주주총회 참석률 등을 반영해 종속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종속기업으로 분류 시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고, 지배기업이 경영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온타이드는 니트의류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글로벌 브랜드 파나틱스(FANATICS), 칼하트(CARHARTT), 에이치엔엠(H&M)등을 주요 거래처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패션 산업이 위축되면서 온타이드는 지난 2023년 이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2년 330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액이 2023년 2244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은 3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659억원으로 회복됐지만, 영업손실은 43억원로 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2분기에도 44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하며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온타이드 등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크리스에프앤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별도기준 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2년 785억원에 이르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3년 461억원으로 급감한 이후 지난해 121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같은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808억원, 518억원, 161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별도기준 54억원과 20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3년간 원가율 11%포인트 증가하면서 수익성 저하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크리스에프앤씨의 원가부담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2년 25.76%에 불과했던 원가율은 지난해 37.27%로 11%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9%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온타이드의 연결기준 원가율은 86.01%에서 90.12%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 매출원가는 2396억원으로 크리스에프앤씨의 연결기준 매출원가 1235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이같이 제조 자회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구조가 크리스에프앤씨의 연결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에프앤씨가 온타이드를 매각하려는 배경도 제조 부문 부담을 줄이고 골프웨어 등 브랜드 사업에 주력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매각 불발로 제조 부문 부담을 덜어내려던 계획도 미뤄졌다.
영업이익률은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정통 골프웨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6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654억원) 대비 62.70% 급증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앤드원더·마무트 등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골프웨어 시장이 정통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형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