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초기 투자 허브로 알려진 퓨처플레이가 액셀러레이터(AC)에서 벤처캐피털(VC), 나아가 사모펀드(PE)로 확장하며 전주기 투자사 모델을 완성했다. 창업 10년 만에 시드(Seed) 단계부터 기업공개(IPO) 이후 밸류업까지 지원 가능한 국내 유일의 일체형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퓨처플레이가 상장 재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퓨처플레이)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퓨처플레이는 최근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업무집행사원(GP)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2013년 설립된 퓨처플레이는 기술 창업가를 위한 컴퍼니빌더로 시작해 2019년 액셀러레이터(AC)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2023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VC) 자격을 획득하며 성장 단계 기업으로 투자 폭을 넓혔다. AC와 VC는 투자 대상이 스타트업·벤처기업으로 제한되지만, PE는 상대적으로 투자 자산군의 제약이 거의 없어 투자 대상 폭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AC는 초기 시드 단계부터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사업 모델 검증을 통해 시드 자금 투자 여부를 따진다. VC는 시드 단계 이후 통상 시리즈 A~C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 자금을 지원하고 시장을 확대하거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성장기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투자가 주로 이뤄진다. 이후 투자한 기업이 성숙기와 회수기에 진입하게 되면, 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PE는 통상 현금창출력이 검증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내는 중후기 단계 투자자다.
TIPS 운영사로 역량 입증…‘전주기 투자사’ 입지 다진다
퓨처플레이는 앞서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사업목적으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설립 및 출자’와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의 운영·관리를 추가하면서 본격적인 PE 라이선스 취득을 준비해왔다. ‘전주기 투자사’를 지향하는 철학을 내세워 2023년 VC 자격 획득 이후 약 2년 만에 PE 라이선스를 따냈다.
퓨처플레이는 현재까지 약 275개사에 투자했으며, 이 중 64%가 딥테크 기업이다. 의료 AI기업 뷰노(VUNO), 자율주행 솔루션 서울로보틱스,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레티널(Retinal) 등 기술 중심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이 가운데 시드 단계인 초기투자 비중은 88%에 달한다.
퓨처플레이는 단순 투자 이후 후속 성장을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HR, IP, 마케팅, 글로벌 확장 등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지난 2014년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운영사로 선정된 이후 11년 연속 우수 등급을 유지하며 운용 역량을 입증해왔다. TIPS는 미래유망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9월 ‘글로벌 특화형 TIPS’ 운영사로 최종 선정되면서 유망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중소벤처기부는 올해부터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투자사를 ‘특화형 TIPS 운영사’로 추가 지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전략산업 및 성장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화형 운영사는 지역(4개)·글로벌(3개)·상생(2개)·기후테크(1개)로 나뉘는데, 퓨처플레이는 이 가운데 글로벌 분야에 특화된 운영사로 이름을 올렸다.
3년 전 좌절된 IPO, 권오형 대표 체제서 속도 낼까
퓨처플레이는 2022년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에 착수했다. 당시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진행했지만, IPO 시장 부진에 상장은 미뤄온 상태다.
퓨처플레이는 상장을 위해 누적 3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설립 이듬해인 2014년 시드 단계선 10억원, 이후 진행된 시리즈 단계에선 2016년 43억원, 2021년 108억원을 투자받았다. 2022년 프리IPO 라운드에선 150억원을 모집했다.
이 기간 퓨처플레이의 투자 전 기업가치는 시드 단계서 인정받은 250억원에서 프리IPO 라운드 당시엔 2000억원까지 몸값을 높였다. 프리IPO 단계선 SM엔터테인먼트, DS자산운용, 홈앤쇼핑, 하나은행,
KT(030200) 등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퓨처플레이는 2023년 매출 169억원,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악화로 인해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과정에서 창업자인 류중희 전 퓨처플레이 대표이사가 이탈하며 리얼월드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올해 4월 류 전 대표와 각자 대표이사를 역임해오던 권오형 대표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변화가 마무리됐다.
권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실질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3년 전 추진한 상장 로드맵이다. AC와 VC 듀얼라이선스 이후 PE까지 트리플라이선스를 획득한 강점을 바탕으로 ‘전주기 투자사’라는 명확한 투자 철학이 상장에 얼마나 주요한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VC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많은 국내 VC들이 중소·중견기업 바이아웃 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PE 본부 설립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AC로 출발해 사모펀드 운용사로까지 확장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퓨처플레이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PEF 운용사 자격 확보는 전방위 투자사로의 도약"이라며 "상장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