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던
솔루스첨단소재(336370)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며 내년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잇단 수주가 회사의 실적 개선 흐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솔루스첨단소재)
3년 적자행진 이어 올해도 적자 전망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최근 몇 년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약 7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이처럼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유럽과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투자에 투입된 금액은 8418억원으로, 대부분이 헝가리 공장 증설과 캐나다 신규 공장 건설에 사용됐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졌다. 순차입금은 2022년 2455억원에서 지난해 60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차입금 증가에 따라 이자비용도 급증했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으며, 이자보상배율은 –2.09배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로 이자비용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는 금융당국에 의해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다만 최근 솔루스첨단소재가 글로벌 고객 확보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해외 생산능력(CAPA)을 늘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국내 동박 제조사 중 유일하게 유럽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헝가리 1·2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총 3.8만톤으로, 약 10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에 사용된다. 이는 전기차 180만~200만 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지 CAPA 확보 효과 ‘톡톡’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전기차 공급망 자립화’ 정책 기조에 따라, 유럽 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소재 공급업체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 이는 유럽 내 생산·조립·가공이 이뤄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향이어서, 현지 공장을 가진 솔루스첨단소재가 자연스럽게 공급망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총 7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납품 계약을 마쳤다. 연내 신규 계약을 더해 8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며, 내년에는 2개 신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 10곳 이상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고객사 대부분은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글로벌 배터리사로, 회사는 고품질 ‘극박’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에서 향후 5년간 1만톤 이상 규모의 동박 신규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유럽 내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중국계 업체에 전지박 샘플을 공급해 평가를 진행 중이며, 평가가 완료되면 연내 본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해당 계약은 회사가 단일 고객 기준으로 체결한 계약 중 최대 규모로, 계약이 성사도리 경우 납품은 내년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27년 이후 고객사 양산이 본격화되면 헝가리 공장의 공급 물량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누적 공급량은 수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 실적 회복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51억원, 영업손실 212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302억원 손실에 이어 누적 기준 5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3.4% 증가하며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동박 부문 매출은 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5.4% 증가됐지만, 전지박 부문 매출은 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 감소와 적자 누적은 고정비 부담과 환율 상승 영향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신규 고객사 물량 납품이 본격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계약이 늘어나면 헝가리·캐나다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하고, 고수익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손익 구조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솔루스첨단소재의 ‘현지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진 만큼 단기간 내 그간 누적된 재무부담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반기 기준 회사가 단기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는 단기차입금 3255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2720억원으로 총 5975억원에 이른다. 비유동부채의 사채, 장기차입금 등 이자발생부채까지 합하면 7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회사가 당장 가지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8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76억원으로 964억원 규모에 불과한 상태다. 장기금융상품도 112억원 수준에 그친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기간 내 투자금 회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CAPA 확대 효과가 빠르면 올해 연말, 내년 초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길어지고 있지만, 유럽은 정책적으로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고 북미는 ESS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소재 수요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현지 공장을 보유한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등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ESS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내년부터는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