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ABL생명이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말 기관투자자 외면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금융그룹으로의 인수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앞두고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 발행 성공 여부는 우리금융그룹 편입이라는 변수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은 10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사채 발행에 나선다. 이번 모집은 제5회차 10년물 단일물이다. 오는 18일 진행되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공모 희망 금리는 연 5.00%~5.70%로, 매년 26일 월별 이자를 지급한다. 금리 설정에는 민간채권평가사 평가, 최근 후순위채 발행 사례, 기발행 채권 유통 동향, 채권시장 상황 등이 반영됐다.
후순위사채는 부채 형태지만 잔존기간이 5년 이상이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선 재무 건정성 지표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채권 매수자 입장에선 본사채보다 열후한 후순위특약에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발행에서는 5년 후 조기 상환 가능한 콜옵션(Call Option)이 포함돼 투자자 부담을 완화할 전망이다.
ABL생명의 후순위채 발행은 2024년 12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2000억 원)과 12월(1000억 원) 발행을 추진했으나, 12월 수요예측에서 500억 원 모집 목표에도 전량 미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 증액분 1000억 원 전액을 떠안았다.
이는 신지급여력비율(K-ICS) 하락과 업계 평균(2024년 3분기 212.6%)을 밑도는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144.5%)이 기관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린 결과로 풀이된다. K-ICS는 금리 위험과 신규 보험위험(장수, 해지 등)을 정밀히 반영하며 요구자본을 증가시켜 보험사의 자본 관리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진=ABL생명)
그러나 우리금융그룹으로의 인수는 이번 발행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2024년 8월 ABL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올 1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인가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와의 구두 협의를 마친 금감원은 이번 주 중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 등급을 참고해 5월경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ABL생명의 발행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면서도 장기적인 과제를 지적한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ABL생명은 지난 2016년 대주주 변경 이후 보장성보험 확대를 추진하며 경영전략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다만 보험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은 장기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