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오너 리스크 vs MBK 무책임 경영…지배구조 '딜레마'
구자은 LS 회장 발언에 계열사 주가 일제히 하락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사태로 PEF 한계 드러내
공개 2025-03-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LS그룹과 MBK파트너스가 흔들리고 있다. LS그룹은 오너인 구자은 회장의 '중복상장' 발언으로 투자자 신뢰가 하락했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회생신청에 따라 사모펀드(PEF) 경영방식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오너 경영과 사모펀드 전문 경영 체제의 단점이 동시에 드러나며,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12일 구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5영업일(3월 6~12일) 종가 기준,LS(006260)(-14%), LS에코에너지(229640)(-11%), LS네트웍스(000680)(-11%), LS마린솔루션(060370)(-8%), LS머트리얼즈(417200)(-5%), LS일렉트릭(-29%) 등 일제히 하락세다.
 
 
구 회장 발언으로 드러난 '오너 리스크'
 
앞서 구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계열사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왜 자꾸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됐고, 상장 예정인 LS이링크와 LS전선, LS엠앤엠, LS엠트론 등 계열사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들은 전기·전력소재와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주력 및 미래 사업을 담당하며, 상장 지연은 그룹 경영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중복상장’은 모회사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상장하는 방식이다. 모회사 가치 분산과 주가 하락을 초래해 소액주주 피해가 빈번하다. 한국의 중복 상장 비율이 유독 높아 ‘국장 리스크’로 불리기도 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로, 미국(0.35%), 일본(4.38%), 대만(3.18%), 중국(1.98%)보다 월등하다. 
 
특히 중복상장은 그동안 오너 기업이 계열사를 확대하면서 발생한 경우가 많아 오너 경영의 문제점으로도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오너 경영에서 중복 상장이 빈발하는 이유는 유상증자로 의결권이 희석될 위험을 피하고, 자회사 상장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구 회장의 발언은 중복 상장을 정당화하려다 역풍을 맞은 사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중복상장을 포함한 지배구조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며 "의결권 희석 없이 모회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조달이 가능하다면 중복상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 홈플러스 사태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마 위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한 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4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임금 동결과 인력 감축에도 실적은 악화됐고,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됐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당시 8조568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매출은 하락세를 보였고, 2023년에는 6조9315억원까지 줄었다. 특히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영업적자에 빠진 뒤 202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총액도 2015년 2조2958억원에서 2024년 2653억원으로 9년 새 88.4% 감소했다.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8년간 자산 효율성도 떨어졌다. 홈플러스의 유형자산(유형자산+사용권 자산) 회전율은 0.96로, 이마트(1.97)의 절반에 불과하다. 유형자산 회전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자산 규모에 맞는 매출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강등으로 발행 채권이 부실화되면서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1년 미만 단기채만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채권을 판매한 신영증권(001720)을 비롯한 증권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조원이 넘는 리파이낸싱을 제공했던 '구원투수' 메리츠증권도 손실 위험에 처했다.  
 
회생 성공을 위해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이나 자기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너 경영과 달리 PEF는 투자 회수가 우선이라 가능성은 낮다.  PEF의 단기 수익 우선주의가 ‘무책임 경영’ 문제로 불거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LS와 MBK 사태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양면을 보여준다. LS는 오너의 의사결정 독주가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고, MBK는 PEF의 책임 회피가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 구조는 각각의 장단점만 있을 뿐,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다"라며 "월마트와 이케아도 가족 기업이자 오너 경영으로 성공을 거뒀다. 오너 경영은 책임성과 장기 투자 측면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우수하고, 전문 경영인은 단기적인 효율화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