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발행어음 한도 증액과 금융당국의 부동산 금융 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자기자본 10조원 시대 열어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7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해당 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모두 지닌 금융 상품으로, 만기가 30년 이상이며 배당과 이자가 확정적이다. 이에 따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돼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을 통해 확보된 자금 전액을 기업어음(CP)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달 구조를 장기화해 안정화를 꾀하고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개선이 전망된다.
이예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과 조정순자본비율이 증가해 자본적성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다만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크고 높은 발행어음 비중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발행어음 한도 임박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은 발행어음 한도 증액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NICE신용평가가 산정한 2023년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9조3182억원으로,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완료되면 자기자본은 10조182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국내 증권사 중 두 번째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하는 사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별도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이다. 한국투자증권의 2023년 말 기준 한도는 18조6000억원이다. 그러나 같은 시점 발행어음 잔액은 17조3000억원으로 한도의 93%에 달해 추가 발행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발행으로 한도는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며, 2023년 당기순이익 1조1123억원을 반영하면 한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이후 이를 적극 활용하며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원금과 이자를 증권사 신용으로 보장하는 구조 탓에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작년부터 공격적인 사업 운영에 집중했고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났다"라며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다시금 규제 고삐를 당기려고 하는 시점에서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운영자금 확보와 외부 충격 완충을 보완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 시선도
일각에서는 이번 자본 확충이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2025년 1분기 중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PF 채무보증 위험가중치를 기존 18%에서 분양 사업성에 따라 최대 90%까지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착공 전이거나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의 채무보증이 많은 증권사는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NCR는 영업용 순자본에서 위험자산을 뺀 값을 필요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위험가중치 상향으로 분자가 커지면 자본 확충이나 위험 자산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자기자본의 44%, 그중 PF 비중은 73%에 달한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비중이 각각 33%와 47%로 높다.
사모사채 인수확약과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포함한 부동산 익스포저는 총 118건, 보증 잔액은 1조6251억 원에 이른다. 2023년에는 지방 사업장에서 서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으나, 여전히 지방 부동산 익스포저는 39.9%로 남아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채무상환을 위한 조치일뿐 시장의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각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증가에 주목하지만 자기자본 확충보다는 차환을 위한 채권 발행"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