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생명보험 업권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 사업이 주요하게 언급된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되면서 업계서도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행 개정안에서 요구하는 신탁 요건이 제한적이라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보험협회, 향후 과제로 꼽아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는 미래 대비 과제 중 하나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 활성화가 언급됐다. 신탁과 보험 서비스를 결합해 산업이 더욱 고도화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험협회서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진=연합뉴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신탁이라는 재산관리 기능과 보험의 부양 기능을 결합한 상품을 말한다. 특정 보험계약에 대한 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하고, 신탁 수익자는 위탁자(보험계약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지정하는 형태다.
향후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수익자인 신탁업자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신탁업자는 해당 보험금을 매월 혹은 분기별 등 미리 설정된 계약 조건에 따라 신탁 수익자에게 내어준다.
중간 과정에서 신탁업자가 개입하는 이유는 자산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 수익자인 유가족이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 자녀인 경우 위탁자 사후 보험금이 일시에 지급되면서 관리가 미비할 우려가 따른다.
신탁업자에는 은행부터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전문신탁사 등이 있다. 금융사의 경우 관련 상품을 출시·판매하고 스스로 신탁업자가 되는 겸영 형태가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신탁 계약을 추가 체결하거나, 보험 상품을 신규로 판매할 때 신탁을 특약으로 넣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보험사는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보험증권 확인·전달, 보험계약의 적격성 검토 등 과정에서 절차적인 불편함이 적다는 것이 이점이다. 다른 업권 대비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요인이다. 국민 다수가 이미 사망 담보 상품에 가입해 신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성도 큰 편이다.
법령 개선에도 점유율 낮아…요건 재정립 필요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보험금 청구권이 신탁 가능한 재산으로 인정된 것 자체가 지난해 11월로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의 법적 기반이 공식적으로 형성됐다.
신탁 시장에서 보험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매우 낮은 상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신탁업을 영위하는 60개 신탁사의 수탁고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347조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겸영 신탁사는 46개 있으며 수탁고 규모는 927조원이다. 겸영 신탁사 내 보험 비중은 2.3%(21.8조원)에 불과하다. 보험금 청구권이 신탁 재산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점유율이 계속 하락해 왔다.
업계가 신탁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탁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 요건을 더 넓혀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건 사항에는 ▲보장대상 ▲최소금액 ▲계약특성 ▲계약구조 ▲수익자 등이 있다. 특히 주계약 3000만원 이상의 일반 사망보험으로 한정하고, 수익자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해두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보험사 신탁 시장이 발달돼 있는 일본의 경우 여러 보험을 결합해 하나의 신탁으로 만들거나 한 계약을 다수 신탁으로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수익자도 제3자까지 따로 구분해 연속 설정이 가능하다.
인식과 구조 측면에서의 개선점도 주요하게 거론된다. 국내서는 신탁이 종합재산관리라는 고유의 기능보다는 투자 목적인 특정금전신탁 이미지와 성향이 강해서다. 이 역시 각종 요건의 한계로 신탁 가능한 재산, 상품 등 구성이 다양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분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양희석 NH농협생명 변호사는 “계약구조에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해야 한다는 점은 유족 보호와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나 나머지 항목은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특약으로 부가된 정기보험도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금액 이상 요건은 삭제할 필요가 있는데 다른 신탁 재산은 제한이 없다”라면서 “계약특성에서 보험계약대출 불가 요건이나 신탁 수익자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삭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