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 지 3년째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보험 상품에 적용하는 각종 계리적 가정이 계속 조정되고 있어서다. 보험사 재무 상황은 그때마다 요동쳤다. 업계와 학계 곳곳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IB토마토>는 IFRS17의 조정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과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FRS17 회계와 규제 관련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1분기에는 상품 손해율 연령별 구분이 보험부채 산출에 반영된다. 이 역시 보험계약마진(CSM)과 자본비율(K-ICS)을 줄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속되고 있는 계리적 가정 조정이 보험업 본연보다는 회계 문제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따른다.
(사진=연합뉴스)
손해율 연령별 구분…1분기 재무도 변동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가운데 손해율 연령군단 구분이 올해 1분기 보험사 재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지난해 11월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조정이 이뤄질 때 같이 다뤄졌지만, 결산 시스템 수정을 이유로 1분기까지 적용 기한이 미뤄졌던 사항이다.
그동안 다수 보험사는 보험부채(보유계약) 규모를 산출할 때 손해율 가정을 경과 기간과 담보별 구분에 따라 계산해 왔다. 여기에 연령별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가이드라인 골자다. 통상 연령이 올라갈수록 상품의 손해율도 상승하는데 이러한 내용이 부채 구성에도 반영되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험사가 경험통계를 충분히 갖추고 있고, 연령 구분으로 인한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상해수술 등)에 대해 적용하도록 했다. 통계 부족으로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는 경과 기간별 연령 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하는 간접 방식으로 계산한다.
손해율은 보험사에 들어오는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손해율 산출이 복잡해지면 보험사는 최선추정부채(BEL) 규모를 그만큼 더 늘려야 한다. 반대로 부채 항목 중 장래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는 CSM은 줄어들게 된다.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 역시 하방 압력을 받는다.
조아해
메리츠증권(00856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올해도 제도 관련 변동성은 지속될 예정인데, 1분기 손해율 연령군단 구분 이슈가 있다”라면서 “일부 보험사는 결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영향이 적을 수 있음을 언급했지만 아직 산출 중이므로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재무적 신뢰성에 영향…회계 과몰입 우려도
IFRS17 시행 이후 여러 차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계리적 가정이 조정될 때마다 보험사 재무 상태가 흔들렸는데 그만큼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은 저하되고 있다. 그동안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에서 여러 차례 정정 공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정적 효과를 감안함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 파생하는 대규모 변동성이 일단락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주요 상품 내 계리적 가정에 대한 조정이 충분히 이뤄졌고, 그동안 있었던 변동으로 실적 양상이 이미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당국에서도 이러한 변동성이 대외 신인도를 저하시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라면서 “지난해까지 몰아쳤던 가이드라인은 큰 변화를 여기서 끝내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으며, 추후 보험업 재무제표는 경상적인 경로를 걸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보험업이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고 IFRS17 회계 정립이 계속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크고 작은 계리적 가정 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성향은 보험영업 본연보다는 회계 문제에만 에너지를 쏟게 하는 방향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보다는 재무적 건전성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각종 조정이 결국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여파가 자본성증권 발행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무엇보다도 업계 전반적으로 계리적 가정과 같은 회계 이슈에만 너무 몰입하고 있다는 인식도 커졌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