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내외 악재로 국내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분주한 모습이다. 2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같은 달에 제출된 채권발행 증권신고 건수를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자 부담이 덜어져 자금조달 및 리파이낸싱에 따른 채권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하에 채권발행 부담 줄어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연 2.75%로 0.25%p 인하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그러나 도덜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12.3 계엄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9%에서 1.5%로 낮아지면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체였던 채권발행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5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4bp 내린 연 2.596%,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8bp 떨어져 연 2.797%에 장을 마감했다. 회사채 금리에서도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같은 기간 1.3bp 하락한 3.178%, BBB-급 3년물 회사채 금리도 1.4bp 낮아진 8.947%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기준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 과제는 대내외 악재에 대한 효과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커진 경기 하방 우려에 따른 다소 예상 가능한 통화정책”이라며 “이제 채권시장은 향후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라고 말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는 올해 어두운 경제 전망으로 인해 재정정책에서 공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라며 “한국은행의 주장대로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거시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금리 향방이 다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해소에 2월 채권 발행 몰려
국내외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그간 미뤄둔 자금 조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측 가능한 불황보다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는 말처럼 지난 연말부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2.75%로 인하를 결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기준 2월간 채권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69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 통틀어 증권신고서 제출 건수인 64건보다 많은 수치다. 가장 큰 규모로 발행한 곳은 KB증권으로 2년물과 3년물, 5년물에 걸쳐 총 800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이 외에도
DGB금융지주(139130)가 10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진행했고 메리츠화재가 30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를 발행하는 등 낮아진 금리를 노린 리파이낸싱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1월은 시장의 계절적인 발행 호조기임에도 불구하고 채권발행이 오히려 전년 대비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1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23조2905억원으로 자금 조달 일정을 마무리하는 작년 12월보다는 27.9%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도 33건에 불과해 1년 전 57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매해 1월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일정이 시작되는 시기로 회사채 시장은 활황을 맞는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행금리가 이전 고금리 시기보다 낮아진 점이 발행을 부추겼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진 1월에는 발행일정을 미뤘고 2월로 조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권에선 최근 낮아진 금리와 더불어 시장의 향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점이 자금 조달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여기에 더해 최근
CJ ENM(035760)을 비롯한 작년 시장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채권도 완판에 성공하는 등 시장의 전체적인 발행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 때문에 채권 발행과 같은 자금 조달이 다소 늦춰졌다”라며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공개되고 금융시장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금 조달 일정이 다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