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이 자산관리 센터에 힘을 싣는다. 이종 업권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규모를 키우는 등 확대일로다. 통상적으로 자산관리(WM)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 업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법무법인도 각 사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송무와 자문업무를 넘어 고령화 시대에 대할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과 은행권의 자산관리 차별점과 각 사의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법무법인 태평양이 고객자산 관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을 한 데 모으고 금융권과의 협업을 확대,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이른바 '영리치'(Young rich)로 불리는 젊은 자산가의 눈높이를 맞추는 한편 해외 진출을 시도, 외연도 확대 중이다.
(왼쪽부터) 안영수 변호사, 강석규 변호사, 조일영 변호사, 장성순 변호사, 박성용 변호사, 부광득 변호사, 박영성 세무사, 장원우 회계사, 조학래 회계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3년 전 전문센터 출범…금융권과 협력해 종합 법률서비스 제공
법무법인 태평양의 WM은 자산관리승계센터가 맡는다. 자산가의 자문 수요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상속 분쟁도 덩달아 늘어나는 데 대응하려고 지난 2022년 출범했다. 현재 자산관리승계센터에 등록된 인원은 30여 명이다. 출범 당시 10명에 불과했던 인원이 3배로 늘었다. 자문 초기에 센터 역량을 집중해 종합 전략을 수립하고 로드맵을 제안한다. 센터 소속 전문가들은 상속과 투자 관리 업무, 법리 세무 회계 등 종합 서비스가 목표다.
태평양은 지난 1월에는
미래에셋증권(037620)과 손을 잡았다. 협약을 통해 태평양은 미래에셋증권 고객에 대해 자산관리와 가업승계, 세무, 법률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WM분야를 키우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PWM을 신설해 초거액자산가 서비스를 강화키도 했다. 넓은 투자범위를 활용한 고객자산가 차별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은 미래에셋증권 외에도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비롯
삼성증권(016360) 등 금융사와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태평양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 금융기관과 많은 협업을 하는 것은 서로 니즈가 맞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WM 관련 고액자산가 전담 직원을 두고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인 상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펌은 금융기관 고객이 상담을 원하는 고객에게 방안을 찾아 제공한다. 로펌 입장에서는 고액자산가 고객 유치로 고객 개발 측면에 도움이 된다.
타 업권과 손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해외 사무소를 통한 서비스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태평양은 싱가포르를 비롯 중국 상해, 베트남 하노이,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지에 사무소를 두고 해당 지역 진출 기업에 M&A 자문을 제공한다. 최근 수요가 늘어난 싱가포르에는 현지 로펌 TSMP과 자산운용사 Azimut과 손을 잡았다.
전문 인력 통한 시너지 강점
태평양은 자산관리승계센터의 최대 강점으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을 통한 시너지를 꼽는다. 국내 대기업 분쟁을 비롯해 유언무효 사건, 유류분 사건 등 다수의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에는 자산가를 배려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조심스러운 이슈에 대한 조언도 적시에 제공 가능하다는 게 법인 측 설명이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 태평양 자산관리승계센터의 부광득 변호사, 박성용 변호사, 조학래 회계사를 만나 강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박성용 변호사, 부광득 변호사, 조학래 회계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자산관리승계센터와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박성용 변호사 : 자산관리승계센터는 태평양이 지난 2022년 설립한 승계 원스톱 센터다. 고객의 생전과 사후 자산 분배, 조세 대처, 승계에 관한 분쟁에 관한 모든 업무를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한다. 센터 출범 이전에도 승계 업무를 전문 분야별로 다뤄왔다. 다만 승계에 관한 업무와 시장이 넓어지면서 기업 업무 그룹이나 공정거래 그룹 등 전체적인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졌다. 센터를 만들어 전문가의 힘을 한곳에 모아 의뢰인들에 신속하고 정확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는 조세와 가사 업무다. 승계 트랙은 크게 4개로 볼 수 있다. ▲사망 전 자산 분배, 사망 후 상속세 신고 ▲세무조사와 재원 마련 ▲세금 처리 후 분배 ▲소송 등이다. 업무량 등을 참고했을 때 전통적으로 상속 증여에 관한 불복 소송과 상속재산 분할, 유류분 소송 등이 센터의 주축 업무다. 다만 이러한 분쟁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급적 수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로펌이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박 변호사 : 시대에 마지않는 과세 구간과 고령화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산 가치가 급상승했음에도 과세 구간은 그대로다. 10억원 미만은 보통 상속세를 물지 않는다. 예전에는 상속세는 부자가 내는 세금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에 전세만 살아도 자산 10억원이 넘는 경우가 있다. 보편적인 과세 체제가 시작됐다. 특히 스타트업 등을 통해 젊은 자산가들이 많아져 자산관리와 사전 분배에 관한 요구도 늘었다. 고령으로 인해 온전한 의사결정 능력을 잃고 승계를 논의하는 분쟁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영리치가 관심을 보이는 옵션은
△박 변호사 : 자산 신탁과 해외 이주가 대표적이다. 과거와 달리 젊은 층도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있고, 유언대용신탁도 많아졌다. 본인 사후는 물론이고 사망 전에 분쟁 없는 분배에 대해 준비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해외 이주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200억원에서 30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증여세와 상속세가 아예 없다. 국가 차원에서 해외 자산가를 유입하기 위해 지원도 한다. 예를 들면 200억원을 싱가포르로 이체하면, 패밀리오피스를 관리하기 위한 법인을 차리고 신탁도 붙여준다. 매출이 발생해도 과세를 하지 않는다. 영주권 취득 등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가변자본기업(VCC) 펀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VCC펀드를 이어주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과세 체제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지
△조학래 회계사 : 지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부분, 일괄 공제를 10억원에서 30억원 이상으로 높이자는 안이 있었다. 지난 연말 상속세 세율 10% 하락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백지화됐다. 올해는 절충안을 포함해 어떤 안이든 반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쟁을 줄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가
△부광득 변호사 : 분쟁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사전 준비에 따라 차이가 많다.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국내 대기업의 승계에서도 사망 전 유언장이 준비돼 있었다면 원활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반면 상속 분쟁이 예상됐으나 유류분 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유언장을 작성해 놓아 문제없이 마무리되는 사례도 봤다. 이처럼 상속과 승계 과정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갈 방향은
△부 변호사 : 승계 관련 업무는 긴 기간 준비가 필요하다. 유언은 집행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마무리됐다고 본다. 집행 이후 상속인 간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관계 유지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