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위기…국내 자동차 업계 해법은
수입차 25% 관세 예고에 국내 자동차 업계 '직격탄'
현지 생산 확대 vs 정부 협상…위기 속 대응책 '기로'
공개 2025-0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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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기존에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국내 생산기지의 위축 등 다양한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자구책 마련을 넘어 정부 차원의 국가간 협상 노력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수입차에 ‘관세 칼바람’ 예고…국내차 수출 '비상'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내 자동차 업계는 10% 수준의 보편 관세를 예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인 관세율 25%를 언급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초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수출이 연간 약 9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미 자동차 총 수출액의 약 18.6%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미국은 한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70만대 중 59%인 101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했다. 만약 25%의 관세가 적용된다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한국GM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49만4072대 차량 중 약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특히 한국GM이 수출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에 민감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어 미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만약 수출이 어려워지면 한국GM은 사업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현재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연간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은 연간 34만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 조지아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도 현재 30만대에서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총 생산능력을 연 12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그룹적 차원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신규 설립할지 등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량 감소할 경우 협력사도 수익성 감소 '전망'
 
다만,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 실적은 101만3931대로, 이는 전체 수출량(217만7788대)의 46.6%를 차지한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10대 중 약 5대가 미국으로 향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국내 공장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부품 협력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친환경차 부문에서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약 97%, 하이브리드차(HEV)는 약 85%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해 공들여온 생태계마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발언이 실제 관세율을 낮추거나 발효 시점을 늦추기 위한 '엄포'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 인상이 자동차 가격 상승과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분석회사 울프리서치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의 관세 인상이 미국 차량 소비자 가격을 평균 3000달러(약 430만원)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방위비 지출 확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증가, 대미 투자 확대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 측과의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초고율 관세 인상은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업계는 매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길어져 대선까지 꽤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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