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도시철도 프로젝트 변경계약…공사비 1100억원 증액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현장 손실에 연결 기준 1.2조 영업손실해외 현장 공사미수금 여전…필리핀 이어 타 현장 변경계약 기대감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한
현대건설(000720)이 기수주 프로젝트의 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해외 발주처와의 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며 손실로 이어진 만큼, 올 들어 선제적인 협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본사.(사진=뉴시스)
1.7조 규모 필리핀 철도공사…공기 연장·공사비 증액 성과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필리핀 철도공사와 관련한 3건의 변경계약을 공시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9월 필리핀 교통부(DOTr)로부터 마닐라 도심과 남부 칼람바를 연결하는 총 연장 56km의 남부도시철도 프로젝트 9개 공구 중 3개 공구(4·5·6공구)를 수주한 바 있다. 지상 역사 9개와 약 32km의 고가교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1조900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의 사업 수행분은 전체의 90%인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이들 3개 공구 각각의 사업 계약이 변경된 것이다. 4공구의 경우 기존에는 준공 예정일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공기를 반영해 오는 2028년 3월11일까지 계약기간을 기입했다. 5공구는 기존 6293억원이던 공사비를 6836억원으로 증액하고, 2028년 3월11일을 계약 종료일로 설정했다. 6공구 역시 공사비가 5907억원에서 6474억원으로 증액됐고, 오는 2027년 9월1일 준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1조7275억원이던 계약 규모는 이번 변경계약에 따라 1조8385억원으로 약 1100억원 늘어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계약 체결 당시 물가 상승과 발주처 요청에 따른 설계 변경으로 계약 변경이 가능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며 “이에 따라 공사비와 계약기간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지난 2020년에도 필리핀 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마닐라 북부 말로로스와 클락을 연결하는 총 연장 약 53km의 남북철도 건설사업 중 제1공구 공사를 따낸 바 있다. 당시 수주액은 3838억원이었다.
해외 손실 탓 기록한 대규모 적자…올해 ‘리스크 관리’ 성과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조69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반면,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영업이익은 7854억원이었지만, 1년 새 2조원 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관해 회사 측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프로젝트, 당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수행 중인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등 해외 현장의 잠재적 손실이 지난해 4분기 일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제외한 현대건설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현대건설 역시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적자전환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자푸라 프로젝트 1·2단계를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각각 수주한 바 있다. 자푸라 프로젝트 1단계의 경우 △현대건설 1조15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2215억원, 2단계는 △현대건설 1조564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5689억원으로 각각 수주 지분을 나누고 있다.
자푸라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인 아람코와 공사비, 공사기간 등에 관한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상되는 손실을 지난해 4분기에 일괄 반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해외 프로젝트 기본도급액은 43조1950억원, 계약잔액은 12조6454억원에 달한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선반영한 이후 올 들어 해외 프로젝트의 사업 관리가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발주처와 유기적 소통으로 높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 오며 상호협의 하에 변경 계약을 진행했다”며 “향후 수행 리스크 검증을 강화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에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취채권’(공사미수금)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아미랄 에틸렌 생산시설(패키지1)의 공사미수금이 1712억원으로 가장 많고, 4분기 손실을 반영한 자푸라 프로젝트 1단계 역시 558억원의 미수금이 기록돼 있다. 아울러 △미국 SK배터리공장 신축공사(663억원) △알제리 우마쉐 1300MW 복합화력발전소(549억원) △베트남 꽝짝1 1400MW 화력발전소(106억원) 등 공사에서도 미수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