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로봇·보안주로 꼽히는 다수의 IT·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힌 LG씨엔에스를 비롯해 와이즈넛, 아이지넷, 심플랫폼 등 AI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코스피·코스닥 시장 재상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공모 성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IB토마토>는 기업들의 IPO 성공과 실패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올해 AI 기술 기반 기업들이 IPO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전망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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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넛·아이지넷 상장 후 주가 '하락'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와이즈넛과 아이지넷의 경우 공모 결과에서는 희비가 교차했지만, 둘 다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의 연속이다.
앞서 지난달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와이즈넛의 경우 공모가는 희망 밴드 하단인 1만7000원으로 확정됐다. 청약 경쟁률은 10.2대1에 그쳐 공모 금액은 195억원을 기록했다. 20일 종가는 1만4400원을 기록해 공모가 1만7000원보다 17.65% 하락했다.
AI 소프트웨어 업체 와이즈넛은 동종업계에서는 드물게 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수익성이 줄어든 데다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부족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넛은 지난해 매출 349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8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와이즈넛의 주력 분야는 대화형 AI인 'AI 챗봇'과 검색엔진 등이지만 이미 챗GPT나 딥시크 등 검색 엔진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이즈넛은 AI 비서(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지만, 이미 통신3사에서 AI 비서를 출시한 상태라 딱히 차별점이 없는 상태다. SK텔레콤(017670)은 올 하반기 ‘에이닷’을 업그레이드 한 ‘에스터(Aster)’를 출시한 계획이며 LG유플러스(032640)도 ‘익시오’를 선보였다.
아이지넷은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7일 동안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7000원으로 확정됐다. 총 2097개 기관이 참여해 1138.59대 1의 경쟁률로 크게 흥행했다. 당시 AI 기반 인슈어테크 기업으로 인정받은 데다 보험진단 앱 '보닥'의 베트남 진출에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지넷은 데이터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개인별 상품 설계·진단용 자동화 AI 엔진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AI 기반이라는 이유로 공모가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아이지넷 종가는 3835원으로 공모가 7000원에 비해 절반 수준인 45.21% 떨어졌다.
(사진=피아이이)
LG CNS·피아이이, 희비 엇갈려
지난 4일과 5일 하루 차이로 상장한 피아이이와 LG씨엔에스는 상장 첫날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대감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씨엔에스의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 반면 피아이이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LG씨엔에스의 경우 IPO 대어로 꼽힌 만큼 시장 기대감이 다소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종가는 5만1300원으로 공모가 6만1900원보다 17.12% 하락했다. 지난해 매출은 5조9826억원, 영업이익은 5129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반등은 없었다.
반면, AI 소프트웨어 기업 피아이이는 상장 당일 공모가 5000원에서 12.7% 떨어졌지만, 20일 종가는 1만2340원을 기록해 공모가 대비 146.8% 급등했다.
피아이이는 머신비전, 영상처리,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한 데는 확실한 수요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아이이가 유리기판 검사 솔루션(TGV)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유리기판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적도 주가를 뒷받침했다. 피아이이는 지난 3년간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매출은 2021년 236억원에서 2022년 554억원, 2023년 858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매출 1240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44.5%, 142.1% 증가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2021년 31.99%에서 2023년 4.65%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7.80%로 상승했다. 미국향 AI 비전과 데이터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매출이 더해졌기 때문인데 추가적인 외형 확대도 기대된다. 피아이이는 오랩스와 AI 기반 초음파 검사 시스템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원식 와이케이 대표 변호사는 <IB토마토>에 "결국 주가의 영향을 미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의 감정이나 모멘텀을 반영한다"라며 "LG씨엔에스는 전통적인 SI기업으로 시장의 한계가 성장 한계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지만, 피아이이는 고속도·고성능 유리 기판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