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새판짜기)②PE 운용에 나선 증권사, 협업이 '대안'
미래에셋 PE팀, 인력 이탈 후에도 충원 난항
자금지원에도 불구 일반 기업체 경영 참여 한계
전문 PE 운용사와 협업해 역량 강화 필요성
공개 2025-01-2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18:0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새해를 맞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이후 지속된 위기와 악재 속에서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해 혁신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신사업 추진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한국 증권업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사모펀드(PE) 직접 운영은 국내 증권업계의 숙원이다. 국내 유수 대형 증권사들은 PE 조직을 갖추고 꾸준하게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인력 유출이 잦고 성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PE사업은 기업발굴과 투자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이에 전문 PE와의 협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PE 조직 이탈에 '고심'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PE 사업부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미래에셋금융그룹 인사에선 미래에셋증권 PE 부문은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8년 PE본부를 신설하며 사모투자 직접 운영에 나섰다. 당시 유상현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투자실장을 PE본부장으로 영입하고 대대적 조직개편과 함께 전문인력도 충원했다. 
 
하지만 현재 미래에셋증권 PE조직은 외견상 슬림해진 상태다. 현재 1986년생 서진성 선임매니저가 팀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서 팀장 임명을 두고 세대교체로 설명했지만 기존 우영기 이사가 BNK투자증권을 거쳐,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부장급 수석매니저 2명도 2024년 상반기 조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PE본부가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PE본부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BMC소프트웨어 경영권 인수에 공동투자자(Co-GP) 참여했고 MBK파트너스와 CJ CGV의 아시아 사업 법인 CGI홀딩스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Co-GP 자격으로 참여한 후 재무적 투자자(LP)를 모집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한다는 기존 계획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었다. CGI홀딩스도 부진을 겪으면서 미래에셋증권 고유자금이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되고, 본부는 팀으로 격하됐다.
 
다행히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IB1사업부 대표가 나서 BMC소프트웨어 지분을 미국 운용사에 매각해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어 CJ CGV가 CGI홀딩스의 일부 지분을 매입을 진행하면서 PE 사업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미래에셋증권의 PE조직은 지난해 말 재정비한 상태다. 기존 7~8명 정도의 인원에서 4명까지 감소했으나 인원을 충원해 현재는 회계인력을 포함한 6명의 인원이 해당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2건에 대해 성공적으로 엑시트에 성공했고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 중"이라며 "2025년엔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산업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PE 운용사와 협업해 '역량 강화'
 
PE는 투자 전문 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후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하고 인수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업가치를 상향시키고 지분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계 법령 개정으로 증권업계의 PE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사업부가 연이어 설립될 당시만해도 국내 증권사들의 약진이 기대됐다. 기존 외부 투자금에 의존하는 운용사들과는 달리 안정적이고 확고한 자금 지원이 기대되고, 금융 전문 집단으로서 효과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업권과는 다른 일반 기업체 운영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전문 PEF 운용사와의 협력이 유력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KB증권)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사모펀드 LB프라이빗에쿼티(이하 LB PE)와 함께 결성한 4호 블라인드 펀드의 1차 클로징을 마무리했다.
 
KB증권은 작년 LB PE와 컨소시엄을 결성, 10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KB국민은행과 NH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금융기관이 LP로 나섰다. 이어 이번 1차 클로징엔 한국성장금융이 앵커 출자자(LP)로 500억원을 출자해 1500억원 내외의 규모로 조성을 마무리했다.
 
해당 펀드는 오픈이노베이션(외부 기관과 협업해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을 수행하는 우수 기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주로 메자닌을 통한 투자rk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투자 대상을 두고 후보 기업과의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와 전문 PE운용사와의 협력은 각각 비교우위를 갖는 전통IB 역량과 기업발굴과 운영이란 두가지 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 KB증권은 PE운영을 통해 투자를 진행한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KB증권이 연합자산관리와 함께 투자를 진행한 IT 부품 제조 업체 탑런토탈솔루션(336680)은 지난해 10월 KB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2023년 탑런토탈솔루션은 상장 전 KB증권이 연합자산관리와 공동으로 조성한 유암코케이비크레딧제1호로부터 프리IPO에서 2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해당 건으로 KB증권은 투자 수익 이외에도 IPO주관 실적도 쌓을 수 있었다. KB증권의 탑런토탈솔루션 주당 취득가액은 7933원으로 현재 1만원대에서 거래 중인 주가를 고려할 때 지분투자와 전통IB 등 전방위적인 투자 성공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어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에도 KB증권의 참여가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권사 PEF는 운용사와 동일하게 자본시장법과 금융위원회의 규제를 받지만, 펀드 설계와 운용에 있어 보다 더 세부적인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라며 "하지만 증권사가 보유한 기존 IB조직과의 협업이 가능하고 외부 협업을 통한 지분 투자 이외 전방위적인 IB딜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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