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명암 엇갈린 두 기업…주관사 역량이 성패 좌우
와이즈넛·아스테라시스 공모가 확정에 희비교차
상장 후 유통 주식물량, 해외진출 가능성 영향
기업 별 비교 우위에 따른 맞춤 IPO 전략 필요
공개 2025-01-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8:4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수요예측 조사를 마치고 한 날 공모가를 확정한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와이즈넛은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 겨우 확정했고, 아스테라시스는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유통주식 물량,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 등이 성패를 갈랐다. 시장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주관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공모가 확정에 와이즈너, 아스테라시스 희비 엇갈려
 
15일 AI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넛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1만7000원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와이즈넛은 공모가 희망밴드로 2만4000원에서 2만6000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의 부진으로 희망 공모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9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선 370개 기관이 참여해 6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 중 338건이 밴드 하단 미만 가격을 제시했고 이 가운데 최종 공모가인 1만7000원 미만을 제시한 곳도 225개에 달했다. 공모 금액 규모는 기존 216억원에서 대폭 낮춘 153억원으로 조정됐고 이에 따라 상장 후 시가총액은 2221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반면 같은 날 공모가가 확정된 아스테라시스는 희망밴드 상단인 4600원에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에선 총 2219곳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해 98.6%가 희망 밴드 상단 가격을 제시했고 수요예측 경쟁률은 1242.1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680억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후 유통 물량, IPO 흥행에 영향
 
와이즈넛과 아스테라시스의 주관사는 각각 삼성증권(016360)DB금융투자(016610)다. 첫 성적표만을 놓고 보면 삼성증권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반면 DB금융투자는 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사진=삼성증권, DB금융투자)
 
삼성증권은 와이즈넛의 주당 평가가액을 3만6659원으로 산정했고 주당 평가액 할인율을 29.08%에서 34.53%를 적용해 공모 희망밴드를 산출했다. 산출시점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법인의 평균 할인율 26.00%에서 39.19%에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DB금융투자는 아스테라시스의 주당 평가가액을 5330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주당 평가가액 할인율을 13.70%에서 24.95%를 적용해 공모 희망밴드를 산출했다. 기술특례 상장법인의 할인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IPO 시장에서 신규 종목에 적용되는 평균적인 할인율인 20~30%에도 못미친다.
 
할인율로만 보면 삼성증권이 DB금융투자보다 더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 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IPO 흥행을 가른 주요한 요인은 상장 이후 유통 주식 물량이었다.
 
와이즈넛의 유통가능물량 주식은 총 875만주로 전체 지분의 66.97%에 달한다. 와이즈넛은 IPO 재도전 과정에서 공모 주식수를 기존 170만주에서 90만주로 줄였음에도 전체 물량의 절반을 훌쩍 상회하는 유통주식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스테라시스의 상장 유통가능물량은 총 1337만주로 전체 지분의 36.61%다.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없는 물량이다. 하지만 작년 IPO를 진행한 미용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278470)이 상장 당시 유통 물량이 전체지분의 36.85%였던 점을 고려하면 평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IPO 주관 역량, 맞춤형 전략 필요
 
일각에서는 시장 주도 테마에 따라 성패가 나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와이즈넛은 AI 소프트웨어 기업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설립 이래 1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352억원, 영업이익 3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차입금도 없고 부채비율도 낮아 2024년 3분기 14.8%로 3개년 연속 15%대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국내 AI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직은 해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올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작년 대비 11.4% 증가한 2조56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313억 달러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와이즈넛은 해외 유수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국내 중심 사업구조라는 평가다. 
 
아스테라시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80억원,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산정 당시 연간 실적 목표 매출 291억원, 순이익 66억원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미용 의료기기 수출의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관세청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 수출현황을 살펴보면, 수출액이 2022년 1204억 원에서 2023년 1340억 원으로 늘어났고 아직 구체적인 연간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24년에도 이어 2025년에도 꾸준한 성장성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용의료기기 기업은 2025년에도 15~20%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침투율이 낮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IPO 시장에선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에 따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대상 기업의 비교 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올해 초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만으로는 IPO 희비를 논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다만 IPO 시장 전반을 결정하는 상장 기업수, 공모 규모, 산업별 주가 수익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장을 형성하는 만큼 상장 기업별에 적합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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