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이익잉여금'을 쌓은 기업들은 배당을 통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친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상장 기업들의 배당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넉넉한 배당 곳간에도 수년간 무배당 기조를 이어온 제약사들이 존재한다. <IB토마토>는 무배당 제약사들의 배당 재원과 향후 주주환원 계획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화일약품(061250)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면서 이익잉여금을 축적해왔음에도 5년째 무배당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자사주 신탁 계약을 체결해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지만, 올해는 이 행보도 끊긴 상태다.
화일약품 전경.(사진=화일약품)
안정적인 실적에도 5년간 '무배당'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일약품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 동기(17억원)보다 소폭 줄긴했으나, 지난 2020년(46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43억원)과 2022년(88억원) 그리고 지난해(95억원)를 거쳐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이는 일정한 매출을 내온 영향이 컸다. 화일약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635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645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2020년 매출액은 1236억원을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해인 2021년 1070억원으로 꺾였다. 이후 2022년(1321억원)부터는 개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1225억원)까지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다 보니 영업외손익까지 반영되는 당기순이익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일약품의 당기순이익은 6억244만원이다. 직전연도 동기(20억원) 보단 소폭 줄긴 했으나,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화일약품은 최근 5년간 2022년(-63억원)을 제외하고 당기순이익을 내왔다.
문제는 당기순이익이 이익잉여금으로 쌓였음에도 올해까지 5년간 배당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익잉여금이란 기업이 경영을 하면서 발생한 순이익을 임직원 상여나 배당 등으로 처리하지 않고 누적한 이익금이다.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법정적립금을 제외한 미처분이익잉여금 등은 배당에 사용할 수 있다.
올해 반기말 연결기준 화일약품의 누적 총 이익잉여금은 780억원이다. 마지막으로 배당을 실행했던 2019년의 총 이익잉여금(799억원)과 비슷한 배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 배당에 사용 가능한 임의적립금 221억원 미처분이익잉여금 52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존 박필준 대표이사 체제에서 지난 2020년 조경숙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되면서 주주환원 방식이 자사주 취득과 소각 등으로 변했다는 게 화일약품 측의 설명이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 체제로 변경된 이후 배당 관련해서는 진행을 안 하는 것으로 전달을 받았다"라며 "또한, 최대주주가 얽혀 있는 다른 관계사들도 배당을 실행하지 않고 있어, 지배구조상 화일약품만 독단적으로 배당을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자사주 신탁 계약 해지…소각은 언제쯤?
특히 동종업계 기업들과 비교하면 화일약품의 배당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유제약(000220)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배당을 잠시 쉬긴 했지만,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두해 각각 총 2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이익 규모가 더 작은
선바이오(067370)는 지난해 크지 않은 금액의 당기순이익(46억원)이 발생했음에도 이익이여금(66억원)을 활용해 총 9억2300만원을 현금배당에 사용했다.
화일약품은 배당이 끊긴 이후로 자사주를 활용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긴 했다. 다만, 대부분 취득에 그치며 소각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올해 초를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실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화일약품은 조 대표가 취임한 이후인 지난 2021년 2월 자사주 88만8057주를 103억원에 처분한 바 있다. 처분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후에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모든 계약이 해지됐다.
통상 신탁계약 기간 만료로 자사주를 돌려받을 경우 이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소각 또는 처분을 할 수 있다.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한다면 시장에 물량이 풀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훼손하진 않는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까지 할 경우 전체 발행 주식수가 줄면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주주환원 계획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주가를 부양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취득했던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여건은 된다"라며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인지는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