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증가에도 못 웃는 이유
연말 수수료율 변경 주기 도래…인하 흐름에 카드사 부담
카드이용대금 증가세 둔화에 카드비용 절감 여력도 줄어
공개 2024-09-1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7: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용카드 업계가 올해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수수료율 자체는 낮은 수준이지만 카드이용대금 규모가 계속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연말에 요율 변경 주기가 도래하면서 또다시 인하가 예고됐다. 업계 대응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카드이용대금 증가세가 둔화되고 카드비용 절감 여력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카드수익 의존도가 높은 곳은 민감도가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수익 7개 카드사 일제히 증가
 
10일 여신금융·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7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총 2조7676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665억원 대비 7.8%(2011억원) 증가했다. 회사별 수익은 ▲신한카드 3853억원 ▲삼성카드(029780) 5062억원 ▲KB국민카드 6699억원 ▲현대카드 5387억원 ▲우리카드 1967억원 ▲하나카드 3238억원 ▲롯데카드 1470억원으로 확인된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할부카드수수료 등과 함께 카드수익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신용판매라는 카드사 본연의 업무에 기반한 수익인 만큼 중요하다.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는 3년마다 도래하는데 이번 개편은 올해 말 결과가 발표된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사 조달비용과 관리비용, 마케팅비용, 밴(VAN) 수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다. 지난 2012년 1.5%~2.12% 수준에서 2015년, 2018년 개편 과정을 거쳐 2021년 기준 0.5%~1.5%까지 하락했다. 특히 연매출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 대상이 전체 가맹점의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연매출 30억원을 넘어 우대가맹점이 아닌 경우는 가맹점별로 수수료율을 적용하며 상한선은 2.3%다.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에도 수익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카드이용대금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카드이용대금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카드대출 이용 금액 총합을 말한다. 비씨카드를 포함한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이용대금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기준 1013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22년~2023년은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 영향으로 단위당 결제금액이 커진 영향이 주효했다.
 
다만 카드이용대금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내년 이후에는 물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내수 회복은 지연되고 있는데 고금리 여건에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소득 개선도 부진해서다. 민간소비 회복세가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본연의 업무인 결제 부문 수익성 하락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라면서 “카드이용대금은 증가했으나 수수료율 하락 영향을 보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카드사들이 카드비용을 절감하며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 대응력 저하…삼성·현대카드, 민감도 높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카드사 대응력은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비용 추가 절감 여력이 크지 않아서다. 카드비용 축소 작업은 주로 모집비용이나 밴 수수료 등 카드 프로세싱(Processing) 관련 비용을 줄이는 양상을 나타낸다.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모집 등으로 대체 수단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케팅비용은 절감이 쉽지 않다. 마케팅비용은 포인트나 할인 등 부가서비스, 광고선전비, 무이자 할부비용 등으로 이뤄져 고객 확보나 유지에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고객 기반은 신용판매뿐만 아니라 비카드 사업에서도 핵심이고, 최근 핀테크 기업이 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 등에서도 마케팅비용은 줄이기 어렵다.
 
수익 측면에서 카드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이 같은 곳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자산 내 결제서비스 자산(일시불, 할부, 결제성리볼빙 등) 비중은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각각 73.3%, 70.1%로 업계서 가장 높은 편이다. 카드이용 실적에서 결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91.7%, 89.6%에 달한다.
 
카드사는 일반적으로 영업자산 구성을 카드자산 외에 할부금융, 리스, 대출 등으로 넓히면서 다각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의 경우 영업자산 구성을 카드자산 중심으로 가져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이나 현대커머셜이 할부금융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해당 영역에선 영업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카드자산 기반의 신용판매 의존도가 높아져 가맹점수수료율 조정에도 민감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결과에 따른 민감도가 클 것”이라며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시에는 신용판매 자산의 수익기여도 하락으로 이익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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