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제약사는 수익 대부분을 의약품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하려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에 진출하지만 정작 성과는 미미하다. <IB토마토>는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제약기업들의 현황과 매출확대 전략 등을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환인제약(016580)이 안정적인 본업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민 신사업에서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앰브로비앤피와 애즈유를 통해 화장품 원료·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했지만,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두 자회사의 성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환인제약은 동물의약품 사업 진출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인제약 전경.(사진=환인제약)
안정적인 본업…신사업은 아직도 성장통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환인제약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 동기(159억원)와 비교해 소폭 줄긴 했으나, 안정적인 실적이 이어졌다.
이는 꾸준히 외형성장을 이룬 덕이 컸다. 환인제약은 지난 2020년 매출 1717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2022년(1989억원) 매출 확대를 이뤘고, 지난해(2304억원)에는 매출 2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25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직전연도 동기(1132억원)보다 개선됐다.
환인제약은 중추신경계(CNS) 강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의약품을 통한 매출을 내왔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정신신경용제(79.74%, 989억원)와 해열 소염 진통제(8.15%, 101억원)가 매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자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인제약은 지난 2018년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제와 화장품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는 앰브로비앤피의 지분 14.3%를 취득했다. 이후 2019년 지분을 51%까지 늘렸고, 지난해 지분 100%를 확보한 완전 자회사가 됐다.
지난 2020년에는 9억원을 투자해 헬스케어 유통 전문 브래드인 '애즈유'를 설립했다. 애즈유가 설립된 때부터 환인제약은 지분 100%를 보유해 왔다.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양한 사업의 유통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환인제약은 두 자회사를 활용해 사업다각화에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부진한 성적표만 이어지고 있다. 앰브로비앤피는 지난 2019년부터 단 한번도 매출을 낸 적이 없다. 당기순손실도 2019년에는 1억8264만원 수준이었으나, 바로 다음해인 2020년(4억2237만원) 대폭 악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999만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지만, 이 또한 큰 규모는 아니다.
통상 앰브로비앤피와 같이 신약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 기업은 대규모 매출을 내기 어렵다. 그러나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성과마저 부진한 상태다. 앰브로비앤피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효소로 추정되는 ABP-P005(AMPK)와 SIRT1 활성을 기전으로 하는 ABP-P006 등이 있다. 앰브로비앤피 홈페이지에 따르면 각각 유효물질(HIT) 발굴과 선도물질(Lead) 발굴 단계에 있다. 환인제약이 2018년부터 지분투자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임상 진입도 못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애즈유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신제품 출시 행보를 보이면서 외형성장은 이뤄가고 있으나,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 애즈유는 지난 2020년 매출 3억8052만원에서 2022년 48억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이후 지난해 25억원에 그치면서 소폭 줄었다. 올해 반기 매출액은 12억원이며, 직전연도 동기(11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 개선세에도 애즈유의 흑자전환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2020년 2억8350만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은 2021년(14억원) 대폭 악화됐다. 이후 지난해(6억3696만원) 소폭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흑자 전환은 이루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억1433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직전연도 같은 기간(2억8659만원)보다 악화됐다.
사업다각화 성과 부재에도 동물 관련 사업 진출까지
이 와중에 환인제약은 새로운 사업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환인제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동물의약품(의약품, 의약외품, 식품, 의료용구, 위생용품)의 제조판매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반려동물들의 다양화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동물의약품 및 식품 보조제 등 동물과 관련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고, 이에 기존 사업과의 연계사업으로서 기회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환인제약 측의 설명이다.
다만, 환인제약이 동물의약품 사업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의약품 사업과 관련해 여전히 '미영위' 상태로 나타났다. 이미 오래 전 동물의약품 사업에 진출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와 비교된다.
실제 동화약품은 지난해 50억원을 쏟아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인 '핏펫'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일찍이 동물 사업에 진출했던 유한양행은 최근 애니콘주와 와이즈벳 등의 매출 확대 행보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 기업인 박셀바이오는 최근 동물용 항암병용치료제 '박스루킨-15주'의 품목허가를 얻어냈다.
<IB토마토>는 환인제약 관계자에게 사업다각화 전략과 사업 확장 우선 순위 등에 대해 취재 시도를 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어려운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