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제약사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의약품 판매대행(CSO) 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비용효율화에 성공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룬 곳도 있지만, 수수료비용 등으로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CSO 신고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매출 확장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CSO 체제를 도입했음에도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한 중소제약사들의 생존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일성아이에스(구
일성신약(003120))가 의약품 판매 대행(CSO) 체제를 도입한지 4년이 지났지만,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모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CSO 체제로 지급수수료가 늘었지만,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향후 CSO 신고제 추진으로 매출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일성아이에스)
CSO 체제 4년 됐지만…외형은 감소·수익성은 악화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성아이에스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34억원으로 나타났다. 3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던 직전연도 1분기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는 CSO 체제를 도입했음에도 외형성장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지급수수료 등 비용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업이 정직원인 영업 직원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하면 판매량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급여를 제공한다. 만약 매출이 저조할 경우 고정비인 급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CSO 체제를 도입하면 판매한 만큼의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외형성장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성아이에스는 지난 2021년 처음으로 CSO 체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일성아이에스의 매출은 올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앞서 CSO 체제를 도입한 2021년(421억원)부터 지난해(781억원)까지는 꾸준한 외형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60억원에 그치면서 직전연도 동기(179억원)보다 10.61% 감소했다.
CSO 체제를 도입한지 4년 차가 됐음에도 외형 감소를 겪은 가운데, 관련된 비용은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일성아이에스는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로 97억원(60.9%)을 사용했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에 92억원(51.06%)를 투자했던 것과 비교해 확대됐다. 특히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117억원(65.49%)에서 96억원(60.09%)으로 줄었음에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지급수수료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관리비에 분류된 올해 1분기 총 지급수수료는 49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30억원)보다 확대됐다. CSO 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2021년의 지급수수료는 52억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101억원)과 지난해(172억원)를 거쳐 꾸준히 몸집이 커졌다.
CSO 체제를 도입하면 지급수수료가 늘어나는 대신 급여는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성아이에스의 급여는 지난 2021년 98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111억원)과 지난해(125억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30억원의 급여가 발생하면서 직전연도 1분기(31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매출 하락 속 CSO 신고제까지 어쩌나
문제는 앞서 CSO 체제에 돌입하면서 외형성장 효과를 봤던 제약사들 마저도 다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부터 외형성장에 제약을 줄 수 있는 'CSO 신고제'가 도입될 예정으로 매출이 우하향하기 시작한 일성아이에스에게는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유니온제약(080720)은 지난 2020년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같은해 비용 효율화를 위해 CSO 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지난 2022년 외형성장과 함께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52억원) 다시 적자로 돌아왔으며, 올해 1분기(22억원)에도 이어졌다.
또한, 지난 2014년부터 CSO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
알리코제약(260660)도 최근 외형성장에도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알리코제약의 지난 2022년 영업이익률은 5.88%였으나, 지난해 1.64%까지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는 15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두 기업은 외형성장을 이룬 상황에서도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일성아이에스는 매출까지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큰 실적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는 'CSO 신고제'가 도입될 예정으로 매출 증대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CSO 신고제는 업체가 지자체에 사업 여부를 신고하도록 하며, 등록되지 않은 CSO와의 거래를 근절시켜 불법 리베이트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을 갖는다. 최근 정부에서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집중 단속을 단행하면서, 올해 7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지출 보고서 실태조사 대상에 CSO를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제약사들의 판매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CSO 신고제 등으로 제약이 생기면 등록을 안 할 수 있던 곳들의 CSO 영업이 위축된다"라며 "이로 인해 CSO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일성아이에스가 의약품 수탁(CMO) 사업을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성아이에스가 보유한 안산 공장의 리모델링과 신규 생산 장비 도입을 완료했으며, 최근 2개의 제약사를 대상으로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다만, <IB토마토>는 일성아이에스 관계자에게 급여 유지 이유와 CSO 신고제 대응 방법 등에 대해 취재 시도를 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