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명문제약(017180)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영업대행업체(CSO) 체제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CSO 체제에 힘입어 외형성장은 이뤘지만, 수수료 비용이 늘면서 다시 영업손실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앞서 차입 부담으로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금창출력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 효율화를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명문제약 전경.(사진=명문제약)
외형성장에도 비용 확대로 영업손실 전환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9억4128만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 동기 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명문제약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CSO 체제로 외형성장은 이뤘지만, 수수료 비용도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명문제약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42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400억원)보다 10.5% 성장했다. 주요 의약품인 로젯정의 매출이 지난해 1분기 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7억원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에페신/SR정 등으로 분류되는 매출도 15억원에서 31억원까지 확대됐다.
외형성장에도 영업손실로 전환한 이유는 비용 효율화에 실패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명문제약의 판매비와 관리비(율)는 지난해 1분기 210억원(52.51%)에서 올해 1분기 259억원(58.55%)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는 170억원(42.54%)에서 193억원(43.58%)으로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실적 악화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도입한 CSO 체제로 인해 늘어난 지급수수료가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CSO 영업은 판매 대행업체에 영업을 맡기면서 실적에 따른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판대 대행업체를 활용해 외형성장은 이룰 수 있지만, 지급수수료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에 사용한 지급수수료는 181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140억원)보다 29.29% 늘었다. 앞서 CSO체제를 도입하기 직전인 2019년의 지급수수료는 41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2021년(396억원)과 2022년(403억원)을 거쳐 지난해 659억원까지 증가했다.
차입 부담 어쩌나…현금창출력 개선 '시급'
문제는 명문제약이 차입 부담 심화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실적 악화로 인해 현금창출력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문제약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유한 유동단기차입금은 737억원이며, 유동성장기부채도 17억원 있다. 같은 시점 명문제약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3억원으로 유동성 자금의 9배가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동비율과 부채비율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각각 67.75%, 165.83%로, 적정 기준인 200%이상과 100%미만에 크게 벗어난 수치다.
통상 다수의 기업들은 차입금의 만기일이 도래하면 차입 기간 연장을 통해 상환 시기를 연기할 수 있으나, 언젠가 갚아야 할 금액이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실적 개선을 통해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명문제약은 현재 현금창출력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29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전년 동기(-14억원)와 비교해 유출 폭이 두 배로 늘었다. 지난 2022년(55억원)까지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가 유지됐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당기순손실 폭이 악화되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시작점인 당기순손실이 올해 1분기 14억원 만큼 발생한 영향이 컸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3억8032만원)에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해 손실로 전환됐다. 이에 비현금 조정 항목과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부채의 변동 등 조정된 현금 금액이 직전연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현금창출력이 악화됐다.
명문제약은 비용효율화와 제품 다각화를 통한 실적과 현금창출력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가운데, 주력 제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벗어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나섰다.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까지 연구개발비(율)로 12억원(2.53%)을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억2308만원(0.7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과감한 행보다. 특히 최근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 복합제와 당뇨복합제 등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비용 효율화 방법과 실적 개선 방향에 대해 수차례 취재 시도를 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