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DB생명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자기자본을 확충해 지급여력(K-ICS) 비율을 끌어올리겠단 목적이다. 이번 조달로 K-ICS 비율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업법 기준치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요구되는 만큼 매각 작업 재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확충…K-ICS 비율 제고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은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총 3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보통주 6300만주에 액면가액 5000원이다. 납입기일은 오는 6월20일이다. 모집 주선은 한국투자증권이 맡는다.
KDB생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산업은행 계열이 95.7%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67.9%,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의 최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27.8%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의 최대주주(지분율 70.6%)다. 결국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부분이 산업은행 몫인 셈이다.
모집한 자금은 운영자금 2160억원과 채무상환자금 990억원으로 활용한다. 채무상환은 앞서 2019년 6월에 발행한 제8회 후순위사채 990억원에 대한 중도상환(5년 콜옵션) 건이다. 운영자금은 유가증권 1160억원(국공채 300억원, 특수채·회사채 860억원)과 국내 대출 1000억원이다.
조달 방식을 유상증자로 택한 만큼 자기자본도 확충된다. 채무상환 자금을 제외한 운영자금 2160억원만큼 자본이 늘어 K-ICS 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ICS는 보험사 지급여력제도 지표로서 자본 적정성을 나타낸다.
KDB생명 측은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대비할 것”이라며 “영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 등 국내외 유가증권 투자, 대출이나 단기금융상품 운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56.7%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7968억원에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1조4065억원이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한다. 지난해 기준에 이번 자본확충 금액을 적용하면 K-ICS 비율은 72.0%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참여가 저조할 경우 자본확충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 KDB생명은 구주주 청약 결과 발생하는 실권주와 단순주에 대해 미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K-ICS 비율 개선 정도가 예상보다 낮게 잡힐 수 있다.
K-ICS 100% 맞추기 어려워…매각 향방도 미지수
이번에 유상증자가 목표 금액만큼 이뤄져도 자본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K-ICS 비율 규제 기준은 보험업법 100%, 금융당국 권고치 150% 이상이다. KDB생명은 연착륙 장치인 경과조치를 적용하면서 117.5%를 나타내고 있지만 적용 전 기준으로 100%를 넘겨야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유상증자 이후 K-ICS 비율을 보험업법 기준인 100%까지 맞추려면 약 4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추가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으로 계산된다. 유상증자 방식 외에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으로 K-ICS 비율을 채울 수 있지만 이 경우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익성이 저하된 만큼 자본성증권 발행은 쉽지 않다. KDB생명은 매각 작업이 수년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영업력이 악화됐다. 지난해 IFRS17 기준 당기순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는데 보험손익이 652억원, 투자손익이 –184억원이다. 다만 K-ICS 문제가 더 급한 불이라 자본성증권도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용자본이 아닌 요구자본 측면에서 각종 리스크 산정 금액이 불어날 경우 K-ICS 개선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K-ICS 산출식에서 분모가 커지는 경우다.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에도 K-ICS 비율 100%를 맞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우세한 이유다.
자본 문제가 매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재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매각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롯데손해보험(000400)이나 MG손해보험에 대한 시장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다른 생명보험사에도 시선이 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명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DB생명 매각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본 문제”라면서 “지난해부터 산업은행 지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자본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매각 재개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