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점안제를 중심으로 매출 확대를 지속한
삼일제약(000520)이 베트남 법인 가동을 시작으로 한차례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점안제 위탁 생산(CMO)을 위해 수년간 투자를 지속한 베트남 법인 가동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다만, CMO 사업에 대해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버틸 유동성 자금 확보는 숙제로 남았다.
(사진=삼일제약)
베트남 법인 당기순손실에도 실적 성장세 계속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일제약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65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40억원)와 비교하면 62.5%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8년 5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후로 점안제 중심의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이 점차 개선됐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196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손실이 발생한 2018년에는 946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19년에 1211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입성했다. 이후 꾸준한 매출 증가로 지난해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종속회사의 실적이 제외된 별도 재무제표를 보면 더욱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자회사가 포함된 실적보다 두 배는 높은 수치다. 삼일제약의 연결 실적에는 CMO 사업을 위해 설립한 베트남 법인과 미국 법인의 실적도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일제약은 점안제 CMO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베트남 법인(회사명 SAMIL PHARMACEUTICAL COMPANY LIMITED) 설립을 진행했다.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2022년 11월 준공됐지만 실질적인 가동에 필요한 제품·품질관리 기준(GMP)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과정에서 연결기준 손실이 발생했다. 삼일제약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법인은 아직까지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7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법인에 대규모 투자는 완료됐고, 현재 운영자금만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퀀텀 점프 실현할 묘수는 '베트남 CMO'
업계에서는 베트남 CMO 공장 가동을 통해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베트남 법인에 투자하면서 발생한 현금 유출이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법인 설립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왔다. 실제 삼일제약은 지난해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의 취득으로 257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앞서 2021년에는 229억원, 2022년에는 292억원 씩 현금이 유출됐다.
또한, CMO 사업에서 경쟁력도 갖춰진 상황이다. 최근 빅파마들은 사업 효율화를 위해 주력이 아닌 사업부에는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점안제의 경우 주로 CMO 발주를 통해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600개의 제약 공장 중에서 점안제 공장은 10개 미만으로 점안제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다.
이달미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점안제는 대부분 CMO 발주를 통해 생산이 이뤄진다"라며 "삼일제약의 베트남 공장은 가동 이후 글로벌 CMO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 CMO 공장은 GMP 인증 심사 과정에 있어 올해에는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년 상반기에 실질적인 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일제약 측은 내년부터 국내 가동이 실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며, 유럽과 미국 수출은 EU-GMP(유럽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와 C-GMP(국제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가 2026년 승인된 후인 2027년으로 목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 CMO 공장을 통한 실적 가시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버틸 유동성 자금 확보는 삼일제약의 숙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 법인 투자를 위해 매출보다 큰 현금이 유출되면서 유동성 자금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삼일제약이 지난해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9억614만원뿐이다. 2021년 153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했지만, 베트남 법인 설립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2022년에는 19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여기에 추가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삼일제약 측은 보유한 매출채권을 회수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대폭 줄었지만 유동 매출채권으로 36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회수가 불투명한 매출채권에 대해 적립해 놓는 매출채권대손충당금은 6억8993만원이다. 1년 내에 정상적으로 회수가 이뤄진다면 3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유동성 자금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베트남 CMO 공장은) 이미 시험 가동 중이며 상업용 생산을 준비 중"이라며 "유동성 매출채권은 매출 규모 대비 통상적인 수준으로, 모두 연내 회수 가능한 채권"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