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 호황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언급될 만큼 국내외 빅딜이 잇달아 성사되고 있다. 통상 신약개발은 10년을 훌쩍 넘는 기간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전, 제네릭 등을 통한 매출을 달성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을 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자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기업들이 최근 다양한 방법을 통해 R&D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주요 기업들의 R&D 현황과 전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종근당(185750)이 최근 연구개발(R&D)에 대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도입(License In, L/I)으로 외형성장을 이끈 데 이어 최근 기술수출(License Out, L/O)로 자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추가적인 기술이전도 기대된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종근당은 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기반으로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종근당 본사 전경.(사진=종근당)
자체 개발 의약품·기술도입 제품 등으로 영업이익률 11.35% 기록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조1648억원으로 나타났다. 종근당은 자체 신약을 기반으로 국내 매출 5대 전통제약사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기술도입과 국내 판권 계약 등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
종근당의 주요 제품 등의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자누비아'와 '케이캡'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누비아는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해 5월 MSD(MDS International Business GmbH)로부터 국내 판권을 도입했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당초 종근당과 국내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해 판매한 제품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누비아(자누메트 포함)와 케이캡의 매출액은 각각 904억원(매출 비중 7.8%), 911억원(7.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다.
이에 힘입어 종근당의 수익성도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종근당의 영업이익(률)은 1322억원(11.35%)이다. 이는 직전연도 같은 기간 913억원(8.37%)을 달성한 것과 비교해 증가한 수치다. 종근당은 지난 5년간 영업이익률이 10%대를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장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국내 8호 신약 '캄토벨(항암제)'과 20호 신약 '듀비에정(당뇨병 치료제)'을 선보인 기업이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자체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기술도입과 기술이전을 통해 신약 개발·판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종근당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 7개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기술도입 기대효과 등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대해 "기술도입한 제품들의 경우 추후에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둔 것"이라며 "계약 상대방이 임상을 진행하고 완료했을 때 국내 판권을 가진 품목들이 대부분이며, 원 개발사에서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CKD-510 이어갈 주력 파이프라인은 'ADC·CGT'
종근당은 기술도입과 판매 등으로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자체 파이프라인도 빛을 보고 있다. 최근 종근당은 자체개발 신약후보물질을 노바티스에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기술수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종근당은 ADC와 CGT를 기반으로 R&D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종근당은 자체개발 신약후보물질인 CKD-510을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 Pharm AG)에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금액은 1조7302억원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061억원을 지난해 4분기에 수령 받았다. 향후 임상 진입에 따라 분할해 지급받는 마일스톤은 총 1조6241억원이다.
CKD-510은 기존 HDAC 억제제와는 다른 화학 구조를 갖는 히스톤디아세탈화효소6(HDAC6)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종근당이 자체개발한 신약후보물질로 현재까지 유럽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유안타증권(003470)에 따르면 CKD-510은 부작용이 낮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노바티스가 'R&D데이'에서 CKD-510을 심혈관계 분야로 분류해 심부전을 개발 적응증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종근당이 기술도입해 매출 1·2위를 차지하는 자누비아와 케이캡의 매출 공백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를 충당한 계약금이 들어와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자누비아는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됐다. 이에 지누비아의 약가가 30% 인하됐으며 올해 9월 약가가 추가적으로 23.5% 인하될 예정이다. 여기에 케이캡과의 공동판매계약도 지난해말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피어 대비 낮은 멀티플을 적용 받아왔으며 이는 R&D에 대한 낮은 기대에 기인했다"라며 "그러나 노바티스와의 L/O 계약을 통해 디레이팅 요소를 해소했다고 판단했다"라고 평가했다.
종근당은 향후에도 자체 신약 출시와 기술수출 등을 위해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ADC와 CGT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시나픽스(Synaffix B.V)로부터 ADC플랫폼 기술에 대해 총 1억3200만달러 규모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ADC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종근당은 지난 2022년 CGT개발 기업인 이엔셀과 연구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고 진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던 바 있다. 이 의지가 아직까지 이어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의 지분율을 여전히 보유한 상태다.
종근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보유한 플랫폼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꾸준한 R&D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도 기대하면서 좋은 결실로 이어지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