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HLB제약(047920)이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누적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외형성장에 성공했지만, 판매비와 관리비가 늘면서 영업손실 폭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금 유출이 발생하면서 유동성이 악화된 가운데, 조기상환청구(풋옵션)가 이뤄지면서 전환사채(CB) 매입에 나서 유동성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HLB향남공장 전경.(사진=HLB제약)
3분기 역대 최대 매출 달성했지만…판관비 확대로 수익성 악화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제약의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022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1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2억원)보다 악화됐다. 이는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HLB제약의 올해 3분기까지 판매비와 관리비는 785억원(판관비율 76.82%)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5억원(판관비율 61.58%)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관절영양제 '콴첼'을 런칭한 영향이 크다는 게 HLB제약 측의 설명이다. HLB제약은 올해 4월 관절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인 콴첼을 출시했다. 배우 지진희가 광고모델을 맡고 홈쇼핑 등을 진행하며 초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HLB제약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29억원의 지급수수료가 발생했지만, 올해 556억원으로 69% 늘어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광고선전비도 같은 기간 1억2689억원(판관비 대비 광고선전비율 0.3%)에서 145억원(18.43%)까지 크게 늘었다.
HLB제약 관계자는<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콴첼 런칭을 하면서 홈쇼핑에 진출했고, 이에 따른 홈쇼핑 수수료가 발생했다"라며 "광고비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게 될 것이다. 향후에는 광고보다 홈쇼핑, 온라인몰 등에 더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형성장에도 연구개발(R&D)비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구개발비는 25억원(연구개발비율 3.78%)이지만 올해 16억원(1.61%)까지 줄었다.
HLB관계자는 R&D비용 축소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지난해에는 생동시험을 많이 진행했지만 올해는 생동시험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연구개발비가 감소했다"라고 답했다.
현금흐름 악화에 풋옵션 행사까지…단기 차입으로 유동성 대응
이 가운데 HLB제약은 최근 풋옵션이 발동하면서 CB 매입에 나섰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 유출 폭이 커진 상황에서 풋옵션으로 인한 현금 대응력을 높여야 되는 상황에 처한 상태다.
HLB제약은 이번 달에만 두 번의 CB 매입을 실행하면서 6억50만원 규모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 사유는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사채권자와의 협의에 의한 만기전 사채권 일부 취득이다.
대규모 금액을 상환한 것은 아니지만 HLB제약의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풋옵션이 행사된다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HLB제약의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87억원으로, 지난해 말(242억원) 대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말 기준 남아 있는 전환사채 총 금액은 195억원 수준이다.
HLB제약의 유동성 악화는 올해 3분기 기준 65억원의 현금 유출이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HLB제약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투자활동으로 118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지만 영업활동으로 179억원, 재무활동으로 3억8336만원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현금 유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업활동현금흐름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기순손실이 246억원 발생한 이유가 가장 컸다. 여기에 현금이 실제로 유출되지 않는 비현금 조정 항목으로 146억원이 유입됐지만, 분기순손실을 보완하지 못하면서 순유출을 기록했다.
유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HLB제약은 지난 23일 5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HLB제약 측은 향후 상황에 따라 운영, 시설자금 차입, 투자를 유치해 유동성에 대한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HLB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의 인터뷰에서 "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 의향이 있었으나 회사의 가치를 감안할 때, 조기상환보다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채권자와 상호 협의해 채권을 매입 한 건으로 매입한 채권은 적합한 채권자를 찾아 재매각 할 예정"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