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영진약품(003520)이 올해 비용 절감으로 기초 체력 다지기에 나서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유동성은 여전히 숨통을 트지 못하고 있다. 당기순손실이 완화된 상황에서도 현금 유출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진약품은 일본통으로 불리며 해외 매출을 확대했던 이기수 대표를 지난해 다시 대표 자리에 올리면서 체질개선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진약품 남양공장 전경.(사진=영진약품)
3분기까지 흑자 유지…비용 효율화 효과 평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5억995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영진약품은 지난해까지 2년간 영업손실을 내왔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는 영진약품이 지난해 3월부터 이 대표를 다시 자리에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다시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2025년까지 흑자 전환을 목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올해 비용 효율화로 기초 체력 다지기에 나서면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영진약품의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30.17%(5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2.9%, 522억원)와 비교해 2.7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 대표가 돌아오기 전인 2021년 동기(37.25%, 529억원)와 비교해도 계속해서 비율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비율 축소와 인력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실제 영진약품은 올해 3분기 기준 연구개발 비율은 6.26%(연구개발비 107억원)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들어오기 전인 2021년 3분기 7.53%(107억원) 수준인 연구개발 비율이 지난해(6.84%, 109억원)부터 축소되기 시작했다.
또한, 영진약품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원 수는 594명이다. 2021년과 2022년 상반기말 각각 627명, 60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인원 감축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직원 수 감소는)자발적인 퇴사 및 효율적인 조직 운영 차원의 자연 감소분"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부진에 수출 감소…기초체력 다질 자구책 마련 절실
영진약품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 확대를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영진약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진약품이 올해 116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을 조달 받았지만, 영업활동으로 현금 유출이 많아지면서 유동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진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으로 73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전년 동기(38억원)와 비교하면 유출 폭이 두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당기순손실 폭이 개선된 상황에서 현금이 유출된 것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진약품의 당기순손실은 27억원으로, 전년 동기(50억원)와 비교해 절반 가량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당기순손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외 현금 유출이 많아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동기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공탁금으로 1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여기에 지난해는 퇴직급여로 14억원의 현금이 유출됐지만 올해는 27억원을 지급하면서 현금 유출 폭이 늘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공탁금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타기업과의 소송 1심 결과에 따른 공탁금 지급 내역으로, 현재 양측 모두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에 있다"라며 "일부 공탁금을 법원에 예치해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진약품은 최근 전환사채(CB) 303억원을 발행했지만 남양공장 항생동 증축에 215억원, 이외 88억원은 2026년 이후까지 R&D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매년 연구개발비에만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상황이라 자금이 넉넉하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의 30%정도를 차지하던 해외 시장이 축소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총 수출 매출은 158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1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585억원, 수출비중 28%)과 비교하면 더욱 크게 줄었다.
여기에 영진약품 보고서에 따르면 당분기와 전분기 중 매출액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외부고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제약 및 바이오기업들은 해외 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해외 판매 확대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기존 거래처와 관계 유지를 통해 매출 및 수익성 안정화를 도모하고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며 일본PMDA 인증을 받은 글로벌 GMP수준을 충족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과거 '철철만불' 수출의 탑 수상 경력 및 수출명가의 위상을 재건하기 위해 세파 항생주사세 매출을 확대하고 신규사업 실현 및 중국, 동남아 등의 신시장 개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