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M&A 골라보기)③카나리아바이오그룹, 무자본 M&A 대명사…'먹튀' 준비하나
무자본 M&A로 기업 3곳 경영권 확보…인수 자금 돌고 돌아 제자리
피인수기업 경영 위기 지속…세종메디칼 현금성자산 급락해 눈길
헬릭스미스 유증 대금 납입 5번 연기…지분 매각 나설지 관심
공개 2023-10-3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 16: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윤 창출, 재무 상태 개선 등을 목표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다양한 M&A 방법을 통해 성장동력을 키우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M&A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형별 M&A 과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카나리아바이오(016790)그룹이 지난해부터 잇단 무자본 M&A 행보를 보이면서 피인수기업들에 대한 안정성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자본 M&A는 인수기업이 자기 자금 없이 메자닌 발행 등을 통해 피인수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무자본 M&A는 단기간 시세차익을 목표하는 기업 사냥꾼이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악재로 여긴다. 실제 최근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084990)에 대한 유상증자 금액 납입을 5번째 연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헬릭스미스 건물.(사진=헬릭스미스)
 
지난해부터 기업 3곳 무자본 M&A 진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이 경영에 참여하는 계열회사는 카나리아바이오, 세종메디칼(258830), 헬릭스미스, 리더스기술투자 등 총 4곳으로 나타났다. 이중 카나리아바이오를 제외한 3곳 모두 무자본 M&A 방식으로 인수한 회사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가장 먼저 무자본 M&A 형태로 인수한 기업은 세종메디칼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 세종메디칼이 발행한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고, 세종메디컬은 이 돈을 카나리아바이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데 사용했다. 결국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지불한 800억원이 다시 카나리아바이오로 들어오면서 자기 자금 없이 기업을 인수한 경우다. 이후 세종메디칼은 카나리아바이오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원을 납입하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헬릭스미스 인수 과정도 무자본 M&A에 해당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 유상증자에 350억원을 투입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 자회사인 세종메디칼 CB를 인수하는데 300억원을 사용했다. 결국 돈이 돌고 돌아 다시 카나리아바이오 쪽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에 헬릭스미스는 기술상장특례 1호 기업에서 50억원에 인수된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무자본 M&A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 에이티세미콘(089530)으로부터 리더스기술투자 지분 18.04%을 무자본 M&A로 인수했다. 먼저 에이티세미콘이 카나리아바이오의 사모 CB를 250억원에 인수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에 자금이 유입됐고, 카나리아바이오는 유입된 자금을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대한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 이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유입된 자금으로 에이티세미콘에게 계약금 50억원과 중도금 및 잔금 200억원을 지급한다. 결국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금 유출 없이 리더스기술투자의 인수를 마친 것이다.
 
 
자금 유입 없어 경영 위기 초래…유증 금액 납입 미루는 이유는
 
문제는 무자본 M&A를 통해 인수된 기업은 실제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계속 기업으로서 경영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세종메디칼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된 이후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종메디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유동성금융자산 포함)은 102억원으로 인수 직전인 지난해 동기(637억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다섯 차례 연기하면서 현재 헬릭스미스는 불공정 공시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말 헬릭스미스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지난 2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유상증자 금액 납입을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기하면서 납입을 미루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납입일이 6개월 이상 지연된다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유상증자 납입일 변동은 올해 4월11일을 시작으로 4월28일, 6월30일, 8월31일, 10월10일 순으로 연기됐고, 결국 내년 4월25일로 미뤄졌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납입일이 6개월이 넘게 미뤄지면서 불성실공시 지정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무자본 M&A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카나리아바이오엠도 자동차 내장재 사업을 영위하던 중 갑자기 현대사료를 인수하고 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업종 확장에 나섰다. 이후 연달아 무자본 M&A를 진행하면서 '먹튀' 예상 기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직접 보유한 세종메디칼과 헬릭스미스의 지분은 각각 6.2%, 9.39% 수준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에 헬릭스미스 유상증자 납입 연기 이유 등 수차례 취재시도를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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