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5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크게 노출된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한파에 PF 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금융사는 증권사가 꼽힌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두 자릿수대로 치솟으며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당국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댄 상황이다. <IB토마토>는 부동산 불황이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남아있는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아픈 손가락이 된 부동산 PF 현황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BNK투자증권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부동산 금융확대를 통해 한 때 자기자본 1조원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회사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고금리와 부동산 불황 탓에 무거운 짐으로 되돌아 왔다는 평가다.
BNK투자증권 서울사무소 (사진=BNK투자증권)
BNK금융지주사 긴급 점검 후 긴축경영 돌입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긴축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빈대인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BNK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채권이 많아 자금 회수를 못 할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계열사인 BNK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한 경영 점검 결과, 연말까지 지주의 긴축 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앞서 BNK투자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가 수차례 제기된 상태다.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 5월26일 BNK투자증권의 장기신용등급 등급 전망을 기존 A+ 긍정적(Positive)에서 A+ 안정적(Stable)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A+ 긍정적으로 상향된 지 2년여 만의 하향이다. 나신평은 등급 판별 근거에 대해 BNK투자증권의 △운용손실 확대와 대손비용으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 부동산PF 우발부채가 현실화돼 자산건전성이 저하됐다는 점 △현재 부동산경기의 저하에 따라 BNK투자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고려할 때 재무안정성의 개선이 당분간 제한적인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BNK투자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를 살펴보면 요주의이하자산은 지난 2019년 12월 16억원에서 불과 1년 뒤인 2020년 92억원으로 큰폭으로 상승한 뒤 지난 2022년 12월엔 446억, 2023년 1분기엔 무려 906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발부채 규모도 늘어 2020년 1382억원이었던 우발채무는 2021년 4719억원으로 늘어나 지난해 말에는 7135억원까지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도 2020년 20%에서 2021년 47%, 지난해 말 67%로 높아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발채무는 6597억원,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61%다.
무리한 부동산 금융확장 고금리 환경에 후폭풍
BNK투자증권의 건전성 지표 악화는 김병영 현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진행한 부동산금융 중심 사업 확대의 여파라는 평가다. 김 사장은 지난 2019년 11월 대표이사 취임 후 IB 영업 확대를 이끌었다. 기업금융(IB) 부문 조직도 확대해 취임 전 IB영업그룹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영업그룹, 대체투자본부 등 2그룹 1본부체제였던 IB조직에 부동산투자본부를 신설해 부동산투자본부를 1부와 2부로 나눴다.
이에 대한 결과로 임기를 시작한 2019년 당시 4420억원에 불과했던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2022년 1조64억원으로 증가했다. IB부문 점유율은 2018년 0.7%에서 2022년 9월 기준 3.1%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로 인한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반전됐다. BNK의 실적을 이끌었던 부동산 금융이 오히려 BNK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된 것이다.
레고랜드발 부동산·채권 시장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4분기 BNK투자증권은 30억원의 영업손실과 2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BNK투자증권은 PF 익스포저의 질이 경쟁사 대비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제 순위가 낮은 중·후순위 약정 비중이 전체의 87.9%에 달하고, 브릿지론 비중도 전체의 45.2%로 경쟁사 평균치인 자기자본 3조원 이하, 19.3% 수준 대비 높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BNK투자증권과 같은 경우 지난 2020년부터 급격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증가가 있어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라며 "이는 IB부문의 급격한 확대에 따른 것으로 금리상승과 부동산 경기 하강 등 비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위험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는 점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업성 완전 회복까지는 험난
그나마 다행인 것은 BNK투자증권의 실적의 회복이다. BNK투자증권이 최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흑자 전환했다. 별도기준 매출 2859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냈다. 2022년 4분기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한 후 약 3개월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대손준비금이 반영된 조정순이익은 208억원으로 4분기 21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문별로 보면 자기매매부문의 영업수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자기매매부문 영업수익은 1131억원으로 전년 635억원보다 78% 증가했다. 금리 안정화로 인해 유가증권과 파생상품의 거래량이 증가된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도 실적을 견인했다. 위탁매매부문의 영업수익은 1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어 기타부문 실적도 3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사업부문이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과 관계된 IB사업부문의 경우 366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746억원 대비 절반에 불과한 수치로 IB부문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8%로 전년 대비 18.5%p 감소했다.
주력 사업부문의 실적이 주춤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전년과 비교해 하락했다. 1분기 BNK투자증권의 ROE는 7.9%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2.2%였던 점을 감안하면 4.3%p 하락했다. 자기자본이 1조869억원으로 2022년 말(1조665억원)보다 200억원 늘어났음에도 ROE 반등은 쉽지 않았다.
BNK투자증권은 전사적인 채무 건전성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시한폭탄이 된 위험 자산 처리를 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PF관련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기존 투자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셀다운을 추진하는 등 우발채무 축소와 자산 건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는 작년 6월 77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3년 6월 말엔 59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운영 중에 있고 긴축 운용 중이던 트레이딩 부문의 한도를 일부 정상화해 시장상황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