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안정적' 유지…포트폴리오 다각화 주효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수익성 악화…투자 확대로 FCF 유출 지속2차전지·첨단소재 이익창출력 확대로 장기적 대응 전망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LG화학(051910)은 핵심사업 투자를 지속함에 따라 단기적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업황 저하로 수익성 하락 압력이 존재하는 탓이다. 다만, 전지부문의 이익창출력이 수익성 저하 부담을 덜어주고, 중기적으로는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은 56-1회 선순위 무보증 사채에 대해 신용등급 AA+(안정적)를 유지했다. 핵심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2차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고, 우수한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의 핵심 사업부문인 석유화학과 2차전지의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이 총 매출의 각각 44.4%와 44.8%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수주규모 확대와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2차전지 사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 25조5864억원, 올해 1분기 8조7186억원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차전지 부문의 매출액 구성 비중은 49.3%로 석유화학(40.8%)부문을 상회했다.
특히 2차전지 사업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우수한 생산능력을 확보한 가운데, GM, 폭스바겐, 르노,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관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산업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차전지부문 수주잔고는 2021년 말 195조원, 지난해 말 385조원으로 증가했는데, 다수 신설 공장이 건설을 진행하고 있어 완공 시 큰 폭의 외형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저하가 우려를 낳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언택트(Untact) 수요 증가와 함께 가전 및 인테리어 시장 개선에 힘입어 주요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중심으로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한 바 있으나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중심의 공급 증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의한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저하됐다. 결국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및 현금창출능력 저하와 2차전지 등 설비투자 확대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은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2020~2021년에는 유례 없는 호황으로 영업현금흐름(OCF)이 각각 5조5000억원 이상 유입됐으나 지난해에는 5699억원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은 8조4675억원으로 전년대비 45.6% 증가했다. FCF는 2021년 1069억원, 지난해 7조8976원이 유출됐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비즈니스로 전지소재, 친환경소재, 혁신 신약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소재는 양극재와 전구체, 분리막 해외 진출 등 투자 계획이 잡혀있고 친환경 소재 역시 지난 3월 충남 당진시에 2만톤 규모의 국내 최초 초임계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유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계획된 투자규모와 악화된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FCF 유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1분기 CAPEX로 3조3622억원이 집행됐고 FCF는 2조8589억원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4.6%, 15.6%로,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나, 단기적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으로 모은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탓이다. LG엔솔 상장 후 LG화학의 현금성자산은 2022년 1분기 14조1375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6조8104억원으로 위축됐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4조6942억원에서 17조8734억원으로 늘어났다.
LG화학은 중장기적으로 2차전지 및 첨단소재부문의 이익창출력 확대와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적용에 따른 현금 유입으로 투자 부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부문은 내부적으로 한계 사업 정리 및 인력 재배치 추진 방침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서연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핵심사업 설비투자 부담 및 신규사업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순차입금은 재차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익창출력 확대에 기반한 견조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차입 관리 등 투자부담에 대한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 변동에 따른 영업수익성 변화, 전지 부문의 이익창출력 확대 여부, CAPEX에 따른 현금흐름 및 차입금 추이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