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 등을 따르지 않고 철저히 실적 등을 고려, '가족회의'를 통해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면 다른 것과 상관없이 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특히 허태수 현 회장은 '신사업 발굴 능력'을 강조하고 있어 오너가 4세들이 너도나도 신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3인의 신사업 성적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GS칼텍스의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은 GS 4세 중 맏이이자 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표로, 허태수 회장 퇴진 후 그룹 주도권이 4세로 넘어올 때 유력한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허 사장은 실적 변동성이 큰 정유부문 대신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성과 창출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GS칼텍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올해 1분기 비정유부문인 석유화학사업 매출은 1조80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9723억원) 대비 8.2% 감소했지만, 허 사장이 석유화학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어 향후 매출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허 사장은 일본 오사키전기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뱅커스트러스트(Bankers Trust) 한국지사, IBM 뉴욕 본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7년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으로 GS칼텍스에 입사해 지난 2019년부터는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정유부문 사업 특성상 외부 영향 실적 변동성 커
허 사장도 다른 오너가 4세처럼 '신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차기 회장 승계를 위해서뿐 아니라 외부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 정유업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꿰차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GS칼텍스는 국제 정세 등의 영향으로 최근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GS칼텍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11조8736억원, 영업이익 30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1.6% 대폭 감소했다. 정제마진이 불안정한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국제유가 또한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정제마진 강세와 고유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던 전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정유부문이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필요해 신사업에 힘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과감한 신사업 추진으로 비정유부문 사업 '확대'
GS칼텍스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은 올레핀, 바이오,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 시설(MFC)을 준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 혼합C4유분 24만톤, 열분해가솔린 4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춰 비정유부문을 강화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기초 소재 등으로 쓰여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은 석유화학공업의 기본 원료이며, 폴리에틸렌은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로 쓰인다. 프로필렌을 이용해서는 자동차 소재와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고 혼합C4유분은 합성고무 및 타이어 소재로, 열분해가솔린은 벤젠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그간 정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나갔던 GS칼텍스가 종합석유화학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과 손잡고 '친환경 바이오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친환경 바이오사업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4월 체결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해당 업무협약을 통해 GS칼텍스의 바이오연료 생산기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바이오원료 정제 인프라를 활용해 원료 정제부터 바이오케미칼 제품 생산까지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에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은 원료정제 시설과 바이오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향후 재생 원료 기반의 바이오항공유 등 차세대 바이오연료(Bio-Fuel) 사업을 위해서도 공동으로 힘쓸 예정이다.
또한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 자동차 발생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문업체인 에코지앤알에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에코지앤알은 연 1만톤 수준의 재활용 전처리가 가능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2021년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 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실증사업의 첫 단계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톤을 여수공장 고도화 시설에 투입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100만톤 규모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성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의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454억달러(약 60조원)로 추정되고 오는 2027년에는 638억달러(약 8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신사업 투자에 따라 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GS칼텍스의 재무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 신설 등 신사업 및 친환경사업 관련 투자 지출 등에 따라 향후에도 현금흐름과 재무구조의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가운데 추가적으로 유가 영향으로 인한 운전자금 증가 가능성은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중기적인 관점에서 현 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아직 신사업과 관련해 대부분이 시작 단계인 만큼, 현재보다 향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GS칼텍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S칼텍스는 이외에도 수소 산업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으며, 페플라스틱 재활용 및 바이오 연료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또한 탄소저감 순환경제를 구현하며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