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5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크게 노출된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한파에 PF 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금융사는 증권사가 꼽힌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두 자릿수대로 치솟으며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당국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댄 상황이다. <IB토마토>는 부동산 불황이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남아있는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아픈 손가락이 된 부동산 PF 현황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건설업계의 백기사로 나섰다. 최근 이어진 금리 안정화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증시 활황으로 지난 1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는 등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익스포저 역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코오롱글로벌의 대전시 사업에 지원군으로 등판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이지만 관련 지역이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곳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사진=한국투자증권)
1분기 실적 회복 그러나 부동산 익스포저는 증가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8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42% 감소한 것이나 직전 분기 641억원 적자에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18%, 전 분기 대비 179.1% 늘어난 8조229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4.54% 감소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171.5% 증가한 26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회복으로
한국기업평가(034950)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071050))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대해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보유했고 자회사 지원부담이 확대됐으나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분기까지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의 증가는 여전히 우려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 저하로 인해 우발부채 부담 현실화 우려 등 증권산업 전반의 영업환경이 저하되었다"라며 "한국투자증권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 대응능력과 위험 익스포저 관련 손실 발생위험, 기업금융(IB) 투자 자산의 건전성 추이 등은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2023년 3월 말 기준 위험 익스포저 규모는 약 23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대비 위험 익스포저는 304.6%로 양적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사업을 개시 후 영업영역 확대로 인한 IB 관련 익스포저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기업대출 및 우발부채 잔액에서 전체 9조2000억원 중 부동산 익스포저는 4조1000억원을 차지해 전체 비중 약 45%를 차지했다. 우발부채는 대부분 지급보증/매입확약 등 신용공여성 약정으로 구성돼 자기자본 대비 규모는 71.4%로 나타났다.
브릿지론 및 계약금 대출 등의 익스포저는 약 9500억원으로 자본대비 브릿지론 부담도 피어(Peer)그룹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에서 약 70%의 브릿지론이 202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오롱 대전 선화동 사업
부동산 익스포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은 건설사들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이는 다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간 IB 수익을 이끌었던 부동산 금융을 다시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앞서 지난 1분기에도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관련 IB에서 부진을 이어갔다.
지난 1분기 PF 및 인수·합병(M&A) 수익에서 한국투자증권은 138억원의 수익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지난해 1분기 1239억원 대비 무려 89.7%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이 채무 만기 상환 지원에 나선 사업장은
코오롱글로벌(003070)의 대전 선화동 3차 개발사업으로, 채무 만기 상환을 지원하는 데 2680억원을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2680억원 규모에 아파트 998가구, 오피스텔 92실, 근린생활시설 6096㎡로 구성되는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의 개발사업이다. 앞서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22년까지 선화동 1차와 2차사업까지 순조롭게 분양을 마쳤으나 3차부터는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차질을 빚어왔다.
대전 선화동 3차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코오롱글로벌)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전체 지원 자금 중 188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이 후순위 채권자로 책임을 지고 나머지 800억원을 선순위로 일반 투자 사모펀드를 통해 매출 채권(연 8%, 만기 1년)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계약에선 차주가 대출 원리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코오롱글로벌이 원리금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진행된다.
이에 더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부동산PF 충당금으로 2000억원을 설정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400억원을 추가로 설정한 수치로 본PF대출의 경우 주거시설을 주로 취급해 LTV 70% 이내에서 담보가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추진한 사업의 흥망은 금리여건 및 부동산 경기 개선여부에 달렸다. 브릿지론 관련 추가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내재돼 분양 시장의 흥행에 따라서 수익성과 안정성이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의 부동산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방 광역시권 부동산 분양시장은 아직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 중구 선화동 현지 부동산 중계업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차와 2차는 너무 순조롭게 분양이 완료가 됐었다"라면서도 "하지만 3차 분양은 아직까지는 계획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아무래도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았다 보니 예전 같은 활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부동산 중계업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시장의 회복을 과신하기는 힘들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3차 분양 완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IB토마토>는 한국투자증권에 사업의 방향과 관리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