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건설(001880)은 빌린 돈에 비해 보유한 현금이 풍부해 유동성 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는 실적 개선 또한 기대되는 만큼 보유 현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DL건설의 순차입금은 –3403억원이다. 순차입금은 현금성자산에서 총차입금을 뺀 값으로, 부(-)의 수치가 클수록 재무안전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DL건설은 565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차입금은 2247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근 5개년 연속 부(-)의 순차입금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풍부한 현금성자산 보유
DL건설은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기존 워크아웃 차입금의 조기상환을 완료한 가운데, 지난 2020년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승계한 워크아웃 차입금 약 1400억원도 상환해 나가면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보유 현금성자산의 규모가 눈에 띈다. DL건설은 지난 2020년부터 5000억원대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태영건설(009410)은 4803억원을,
금호건설(002990)과
코오롱글로벌(003070)은 각각 2616억원, 2166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현금 보유량 등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현금 보유를 하고 있으면 미지급금, 대손충당금 등의 이슈가 발생해도 대응에 문제가 없을 것이고 원자재, 외주비, 인건비 등이 상승해도 타격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DL건설은 지난해 원가율 부담으로 현금창출력 규모가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DL건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매출 1조9624억원, 영업이익 81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각각 2.4%, 6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756억원에서 554억원으로 68.5%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DL건설 측은 "지난해 주택부문 원가율이 91.9%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가 지속된 영향이 커 영업이익 등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물류센터 신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DL건설이 올해 1분기 내 완공한 물류센터만 천안 오목 물류센터, 인천 항동 드림물류센터, 인천 원창동 복합물류센터, 인천 석남동 복합물류센터 등 총 4곳에 달한다. 그런데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인 콘크리트파일의 가격도 크게 뛴 것이 문제가 됐다. 10m 기준 지난 2020년 23만6300원에서 2022년 33만5000원으로 41.8% 증가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 선반영에 올해 신규 수주도 증가
그러나 올해는 실적 개선을 통해 현금창출력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DL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5153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6%, 165.4% 증가한 것이다. DL건설 측은 "매출 증가 및 영업이익률 개선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지난해 1분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기저효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규 수주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를 통한 현금창출력 규모 증가로 현 수준의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DL건설의 올해 1분기 주택건축 부문 신규 수주는 1606억원, 토목 부문은 982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를 기록했으며, 신규 수주 총액은 2588억원으로 123.8% 증가했다. '먹거리'가 풍부해짐에 따라 매출 시현을 통해 현금을 더 쌓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DL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의 위험도 크지 않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PF 차입금과 관련한 신용보강 금액은 총 1890억원이다. 군량리 물류센터에 대한 채무인수와 거제 부대 이전사업 및 해운대 우동 호텔 등의 현장에 대해 자금보충을 제공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해당 프로젝트들의 사업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DL건설은 향후에도 풍부한 유동성 확보를 주요 기조로 삼아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DL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재무안정성 및 건전성 중심의 경영을 전개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해당 기조 속에서 지속적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