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적자폭이 커진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동남아 금융시장 공략 세일즈에 나서며 돌파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주력인 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1위를 기록했으나, 강점을 보여왔던 해외사업은 중국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으며 롤러코스터를 타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은행은 올해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 아래 인도네시아를 중심축 삼아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본점(사진=장용준 기자)
하나금융, 2025년까지 글로벌 이익 비중 40% 목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회장은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 행사와 11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K-Finance Week In Indonesia 2023'에 잇따라 참석했다.
싱가포르 IR에서 함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사가 새 해외 시장에 진출 시 현지 금융기관에 소수 지분을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진출 시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유연하게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함 회장이 언급한 중장기적 글로벌 이익 비중 40%는 사실상 2025년까지의 실현 목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 대비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19.5%였다. 이는 △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316140)) 14.3% △신한금융(
신한지주(055550)) 12.2% △
KB금융(105560) 11%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에선 단연 1위의 기록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2019년 19.24%, 2020년 20.38%, 2021년 19.49% 등 코로나 이후 글로벌 순이익 비중이 20%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 이를 두 배 이상 올리려면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초국적화지수(TNI) 평균은 16.08%다. 이는 2021년 말(15.75%)보다 0.3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초국적화지수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8년부터 도입해 적용하고 있는데, 은행 총자산 중 해외자산, 총수익 중 해외수익, 총인원 중 해외인원 등의 비율을 종합적으로 산출해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지난해 말 12.33%로 2021년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19년 말 13.33%이던 지수가 2020년 12%까지 하락했다가 2021년 12.33%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해에 정체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은행 총수익은 53조9344억원으로 전년(30조3776억원)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해외수익비율은 7.59%에서 4.66%로 오히려 2.93%p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글로벌 사업, 중국 '지고' 인도네시아 '뜨고'
이는 지난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영업 강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력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전략적 요충지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동북3성 등에 지점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이익은 지난 2020년 84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571억원, 지난해 –9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하향곡선을 이어오면서 하나은행의 글로벌 영업 확대에 지장을 초래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상하이 지역이 포함된 것이 직격탄이었다.
이로 인해 하나은행의 지난해 해외 자회사 전체 당기순이익도 전년(1073억원)보다 무려 92.56% 급감한 71억원에 그쳤다.
중국에서 타격을 입은 하나은행의 해외 자회사 실적을 지탱한 건 인도네시아법인이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법인은 전년(175억원)보다 341억원이나 증가한 5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적립과 디지털은행 라인뱅크 설립 관련 초기비용 집행 등 일회성 비용이 지출된 것이 수익성을 악화시켰으나, 지난해에는 이 부분이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 6월 네이버 일본 관계사 라인과 맞손 잡고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라인뱅크(LINE Bank)'를 공식 출범한 이후 3개월 만에 20만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인구대국이면서도 60%의 국민이 은행 계좌가 없다는 점과 지리적으로 열악한 섬들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디지털은행과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함 회장은 이번 싱가포르 IR 관련 해외투자자와의 대화에서 "금융산업 고성장 지역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은행·비은행 동반 진출을 통한 균형 있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라면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 확대 행보를 예고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디지털금융 시장의 보고라 불리지만 아직 통신 인프라가 낮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인도네시아 내 은행만도 100곳을 헤아리는 데다 금산분리가 안 돼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경우엔 라인과 손잡으면서 디지털·비대면 금융 정착에 성공했지만,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외국인 행원 수·역할 제한 등 기타 규제가 엄격해 아직도 장벽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직접 방문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박은혜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팀 팀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복현 원장이) 이번에 동남아 주요 3개국 금융감독기구 수장 등을 예방하는 것은 현지 감독 당국과 소통을 강화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영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지난 2월 마헨드라 시레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과의 간담회 등 금감원은 꾸준히 현지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지연의 경우에도 현지 금융당국에 개선을 건의해 왔고, 향후 정보교류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금감원장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더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계 금융사 인도네시아 투자 포럼’ 기조연설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제화는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역별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통하여 글로벌 리딩뱅크를 달성하기 위해 성장시장으로 분류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지털에 기반한 사업을 확대코자 한다"라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디지털뱅크인 라인뱅크의 고도화 작업을 통해 여·수신의 실적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성장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하나캐피탈, 하나증권 등 비은행 관계사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기존 채널과의 협업 및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여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을 증대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