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올해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한샘(009240)이 디지털전환을 통한 실적 반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반기 금리인상 기조 약화로 부동산시장 회복이 전망되는 가운데 올 3분기까지 디지털전환을 완료해 인테리어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가구·인테리어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가구거래액이 3년새 급격히 증가한 만큼 업계에서는 매출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황이 개선되면 온라인 가구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 본사 사옥. (사진=한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잠정) 4692억원을 기록했다. 5259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10.8% 줄었다. 영업이익도 157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분기 적자 전환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사업부문별로는 홈리모델링사업과 온·오프라인 가구 등을 판매하는 홈퍼니싱사업부문 매출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0.8%, 11.1% 감소하면서 역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황 악화에 온라인 거래액 ‘주춤’…한샘 “투자 지속할 것”
지난해 한샘의 온라인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1년 가구·인테리어부문의 온라인 매출은 2514억원을 기록해 2373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5.94% 성장했다. 이는 같은기간 오프라인 매출 성장률 7.62%보다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매출 비중도 2020년 37.45%에서 2021년 37.08%로 소폭 줄어들었다. 업체 측은 오프라인의 경우 리모델링 등이 포함돼 단가가 높은 상품이 중심이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온라인 부문 매출 비중과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한샘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전체 가구·가전제품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채널을 확대해 회복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3월 가구 거래액은 4726억원으로 전년동월(4792억원) 대비로 1.4% 감소한 상황이다. 3월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998억원에서 2020년 4398억원으로 46.70% 급증했다. 이후 2021년(4999억원)까지 성장세를 이어가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4792억원으로 4.14% 줄어들었다.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사진=통계청)
온라인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가구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주력 소비계층인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의 경우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업황이 개선되면 온라인 거래가 다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샘 측은 홈리모델링 사업 리하우스 부문 매출이 1월 최저점을 기록하고 2월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외부링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검색을 통해 자사의 온라인 플랫폼 ‘한샘몰’을 다운로드한 오가닉 고객이 70%에 달했다는 점을 실적 개선의 근거로 들었다. 높은 오가닉 고객 수는 홈리모델링 시공을 염두에 두고 한샘몰을 방문한 고관여 고객의 관심이란 설명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올 연말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예전과 달리 가구·가전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함에 따라 업계 전반적으로 온라인몰 구축 등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샘은 올해 디지털 전환(DT)과 무한책임 리모델링 확대, 매장 혁신 등 투자를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초 론칭된 홈리모델링 통합 플랫폼 ‘한샘몰’에 하반기 홈퍼니싱(가구) 상품을 통합해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온·오프라인 사업자들과 초격차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한샘몰은 2월 론칭한 후 1개월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부동산·홈인테리어 카테고리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월 한달 동안 한샘몰 앱을 한번 이상 이용한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2월 대비 96% 증가했으며, 한샘몰 앱을 통한 주문량은 2배 가량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매출 역성장·유동비율 악화…재무건전성 개선 관건
다만 최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한샘의 재무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말 212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84억원이 순유입됐던 2021년과 비교된다. 이는 지난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재고자산은 1206억원으로 전년(1095억원) 대비 10.14%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같은기간 23.01%에서 17.38%로 줄었다. 그만큼 제품 판매가 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기간 매출채권은 978억원에서 1282억원으로 31.49% 증가했다. 매출채권은 외상 판매대금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간 안에 받는다면 정상 매출로 처리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금을 떼이는 등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매출액을 매출채권으로 나눈 비율인 매출채권회전율은 30.47%에서 20.32%로 약 10%포인트 줄었다.
단기간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연결기준 80.22%를 기록했다. 이후 올 4월 한샘도무스와 인스테리어 합병을 완료하면서 74.12%로 줄어들면서 안정적이라고 판된되는 기준인 100%에서 더 멀어진 상황이다.
한샘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자금 마련 등을 위해 본사 사옥매각에 나서는 등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한샘의 상암 사옥 매각가는 37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부산 공장·물류센터 확장 계획을 중단하면서 매각예정가 265억원을 유동자산으로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지난달 한샘은 경영 효율성 증대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샘도무스와 인스테리어를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계열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결합해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한샘은 한샘도무스의 홈퍼니싱 수입 가구 사업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사업 부분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인스테리어의 경우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홈리모델링 사업자(B2B) 대상 종합 자재몰을 운영하고 설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향후 온라인 부문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샘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선제적 투자로 회복기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올해도 도약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주택거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매출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