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화학사 생존전략)①대한유화, 적자 지속에 유동성 '급락'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61억원…6분기 연속 적자
현금성자산 91% 감소…유동성 136%포인트 급락
올해도 적자 지속 전망…투자 부담 최소화 전략
공개 2023-05-12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9: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2022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 수출 의존도가 컸던 NCC 및 범용제품 위주로 사업을 펼친 회사들은 공급과잉과 수요 회복 부진 여파로 여전히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NCC 업체들의 평균 마진 저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업전략 전환이 강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IB토마토>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주요 NCC 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대한유화(006650)의 유동성 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한데다가 내부자금을 투자에 활용하면서 현금성자산이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61억원으로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대한유화는 대부분 기초유분과 모노머 및 폴리머 제품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다양한 전방산업에 적용돼 '범용제품'으로 여겨진다. 범용제품은 중국 중심의 공급과잉과 수요 위축 영향이 컸던 탓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문제는 적자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한유화의 재무안정성도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성자산이 대폭 감소됐고, 유동비율 역시 1분기만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일각에서는 유동성 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범용제품 한계 부딪힌 대한유화…지난해 3개월 생산중단 조치까지
 
대한유화는 국내 대표적인 NCC(나프타 분해설비) 업체로 꼽힌다. 원유 정제로 얻을 수 있는 나프타를 원료로 쓰고 에틸렌, 프로필렌, EO(에틸렌옥사이드) 등 기초유분과 모노머를 생산한다. 모노머들을 결합시키면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 플라스틱 원재료를 생산할 수 있다. 대한유화의 매출 98%가 여기에서 나온다.
 
문제는 대한유화가 보유한 대부분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공급과잉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규모 NCC 신증설 프로젝트가 2021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고,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수요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실적 악화를 야기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나프타 가격 상승이 대한유화의 실적에 큰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나프타 평균 가격은 톤당 785달러로 전년대비 21.7% 상승했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매출이 2조2221억원이었는데, 매출원가가 2조3938억원으로 매출을 넘어섰다. 만들어서 팔 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대한유화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업장 전체 생산중단 결정을 내렸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 폭이 축소되는 등 개선됐는데, 중국 수요 회복 효과도 있지만 분기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생산활동을 중단한 기저효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중국 수요 회복 효과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 등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1분기에는 정기보수 영향도 없었으므로 시황 개선 폭이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금성자산 91% 감소…지난해 말 유동성 136%포인트 급락
 
대한유화는 1970년대 창립 당시부터 차입을 최소화하는 재무전략을 펼쳐왔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464억원, 단기성차입금은 285억원이었으며 부채비율은 17.9%, 순차입금의존도는 2.1%로 튼튼한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영업실적 악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현금흐름 지표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영업현금흐름(OCF)은 2021년 3090억원 유입에서 지난해 480억원 유출로 전환됐고, 잉여현금흐름(FCF)도 1895억원 유입에서 3954억원 유출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NCC 증설과 생산중단 및 정기보수 여파로 CAPEX(자본적지출)가 지난해 상반기 880억원에서 하반기 2594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 악화와 CAPEX 지출에도 차입 최소화 경영 기조는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88억원에 그쳤는데 277억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했고, 216억원을 배당에 쓰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15억원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유화의 지분은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 31.01%, 이순규 회장이 2.5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순규 회장은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지분 89.19%도 보유하고 있다.
 
외부자금 조달 없이 내부현금을 투입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90.8% 감소했다. 현금성자산이 줄어들면서 유동비율 낙폭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343.0%였는데, 4분기 207.1%로 135.9%포인트 하락했다. 지표상 안정적인 범위지만, 감소 폭이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한유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영업현금 유입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유동비율 급감과 관련해 대한유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하반기 정기보수에 따른 재고자산이 감소하고 11월 이후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원료 매입채무가 증가해 유동비율이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기초유분 공급과잉 지속 전망 (사진=나이스신용평가)
 
턴어라운드까지 버티기 돌입하나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는 않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도 22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 전 예상치보다 적자 폭이 115억원 확대됐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제 중국의 수입에 따른 낙수 효과가 아니라 중국의 수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타디엔 15만톤 증설에 따른 효과가 2분기부터 실현되겠지만, 전체 제품 생산량 대비 10% 이하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2020~2023년 대규모 에틸렌 증설 사이클과 중국의 수요 약세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화학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대한유화의 영업적자는 3분기까지 지속돼 올해도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유화는 화학업황 회복까지 가동률 조정 등으로 버티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한계에 부딪혀 별다른 돌파구가 없다 보니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평가다.
 
경영 기조상 차입부담이 적고 이익잉여금은 1조5608억원으로 버틸만한 체력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SM(스티렌모노머) 증설을 계획했지만, 시황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예정했던 3000억원 생산시설 투자 보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단기 투자부담도 최소화하고 있다.
 
대한유화는 실적 반등 시점을 올해 3분기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타디엔 신설에 따른 추가 이익과 하반기 시황 회복 기반으로 실적과 유동비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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