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인택 기자]
금호석유(011780)화학이 어려움에 빠진 석유화학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페셜티 중심의 다각화된 사업기반을 토대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장기신용등급은 A+로 유지된 가운데 등급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A+ '안정적'을 유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업계에서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으로 여겨진다. 라텍스 장갑과 아세톤 등 위생 관련 수요가 폭증하고 건설, 가전제품 등 전방산업 호조로 BPA(비스페놀A), 에폭시 등 기초화학제품 호황까지 겹쳐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NB라텍스 스프레드가 크게 하락했고, 중국 부동산 위기를 겪으며 BPA 등 페놀계 유도제품도 시황 침체를 겪어 감익이 불가피했다.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사진=한국기업평가)
코로나19 겪으며 매출 껑충…업황 부진에도 수익성은 유지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를 기회로 삼고 매출 폭증에 성공했다. 2016~2020년 매출 평균은 4조9000억원을 밑돌았으나, 2021년 8조4618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이 조 단위를 넘긴 것도 2021년이 처음이다. 2조4068억원을 남기며 창사 이래 역대 최대기록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국의 위드코로나 전환, 중국의 제로 코로나 등으로 화학 업황 자체가 얼어붙었다. 금호석유화학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가장 큰 호황을 누리던 NB라텍스 수급타이트는 급격하게 완화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BPA, 에폭시 등은 전방 수요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마진 악화가 불가피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7%, 영업이익은 52.3% 줄어들었는데, 매출은 8조원을 소폭 상회했고 영업이익도 여전히 1조를 넘기며 방어했다. 영업이익률은 14.4%로 우수한 성적표를 꺼내들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비결은 스페셜티와 사업 포트폴리오다. 지난해 상반기는 고무제품과 합성수지, 페놀 유도체가 실적을 견인했고, 하반기에는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SMP(전력도매가격) 상승 등으로 열병합발전 부문에서 외형과 이익창출력이 확대됐다.
고무는 범용 대신 스페셜티…열병합발전 사업 OPM 38.3%
금호석유화학은 범용고무 라인업을 SBS, NBR과 같은 특수고무 등으로 전환하면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주로 전기차 타이어에 투입되는 SSBR 증설을 완료하고 램프업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금호폴리켐이 영위하는 고기능성 특수합성고무인 EPDM, 열가소성수지의 일종인 TPV 사업 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5%, 발전사업 영업이익률은 38.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화학제품들의 수요 회복 속도가 저조하고 발전부문도 지난 1~2월 SMP 상한선이 적용된 탓이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에도 절대 수준은 우수한 편이고, 2021년부터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돌입하는 등 재무구조도 탄탄해 업황 부진을 극복할 체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업황 속에서 합성수지 및 페놀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특수고무 및 합성고무 중심으로 선방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기업평가)
꾸준한 차입금 감소와 늘어난 현금에 주주환원 정책도
금호석유화학은 2017년만 하더라도 순차입금이 1조5532억원이었으나 점차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2021년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호재로 돈을 빨아들이면서 2021년 현금성자산은 1조7639억원까지 불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CAPEX(자본적지출)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울산에 NB라텍스 23만6000톤 공장 신설,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생산성 향상, 금호피앤비 시설 투자에 2640억원을 투자했고
OCI(010060)와의 금호피앤비의 합작회사 지분 취득을 위해 502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 2021~2022년에 걸친 호실적으로 지난해 배당액을 2808억원 지급했고, 1501억원의 자기주식을 취득 후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까지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FCF(잉여현금흐름)가 유출로 전환되긴 했으나 1954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 7969억원 가운데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61.9%인데, 현금성자산이 1조1509억원, OCF(조정영업현금흐름)는 7225억원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동비율도 187.6%로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진홍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투자나 배당 부담을 자체 자금으로 대응 가능해 재무안정성의 급격한 저하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차입금 의존도도 25%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고부가 중심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업과 재무의 체력이 갖춰진 셈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핵심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