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 기업들의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거래정지가 지속되다가 상장폐지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해당 요건들이 해결,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단순하게 거래가 재개됐다는 기대감에만 의존할 경우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게 되며 일종의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거래가 재개된 기업들의 상황과 아직 남아있는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오너 2세인 임종윤
한미약품(128940) 사장이 디엑스앤브이엑스(
DXVX(180400))를 통해 그룹 경영승계를 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DXVX가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재원이나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배력 확대를 위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거래재개 후에도 엔빅스젠을 품는 등 기업가치 상승에 사활을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DXVX가 안정적인 자금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기순이익의 흑자전환을 통한 배당여력 확보 등이 중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빅스젠 인수, 기업가치 상승 위한 행보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XVX는 면역·염증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에빅스젠의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 구주 612만348주를 92억원에 인수하며 에빅스젠의 유상증자에 참여, 60억원을 출자해 신주 368만3241주를 더하며 총 62.6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중 구주 취득은 DXVX의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DXVX는 60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에빅스젠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셈이다.
인수 목적을 신규파이프라인 확보와 시너지 창출이라고 밝혔지만 핵심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해석이다.
DXVX의 기업가치 상승이 중요한 이유는 최대주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경영승계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윤 사장은 DXVX의 거래정지가 지속 중이던 2021년 10월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식 중 일부(277만778주)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DXVX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9.5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경영정상화에 힘썼고 인수일 기준 약 1년5개월여 만에 상장유지가 결정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특히 실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매출은 2018년 53억원, 2019년 58억원, 2020년 77억원, 2021년 75억원으로 100억원을 밑돌았지만 최대주주 변경 후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섰던 지난해 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8년 -80억원, 2019년 -70억원, 2020년 -60억원, 2021년 -37억원으로 적자가 유지됐지만 2022년 2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은 2018년 -113억원, 2019년 -172억원, 2020년 -72억원, 2021년 -79억원, 2022년 -10억원으로 손실을 지속했지만 규모가 줄어들었다.
보유하고 있는 분자진단 핵심 역량을 활용한 지노믹 임상시험수탁(CRO) 사업 확대에 따른 수출·내수 매출 증가와 지난해 10월31일 종속기업에 편입한 한국바이오팜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분야 진출 등의 효과 덕분이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승계에 활용될 DXVX 카드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가로 DXVX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을 볼 때 한미약품그룹 승계에서 DXVX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커 보인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이후 그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 체제로 재편됐다. 올해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성기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을 키워냈다고 평가받는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와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경영진 세대교체가 단행됐는데 이는 송영숙 회장 체재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송영숙 회장은 그룹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1.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창업주 타계 이후 송영숙 회장과 그의 자녀인 임종윤 사장(장남), 임주현 사장(장녀), 임종훈 사장(차남)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가족 경영체계를 구축했으나 2021년부터 2세들이 차례대로 한미사이언스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왔으며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 사내이사에는 임종윤 사장만이 남아있다. 다만 한미약품그룹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문경영인 체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인 상황에서 임종윤 사장도 임기가 내년까지라 경영승계 구도는 안갯속이라는 평가다.
임종윤 사장의 입장에서는 DXVX의 경영정상화와 이후 성장세 지속은 본인의 경영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가로 DXVX의 경영권을 취득했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지속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진다면 승계 과정에서의 캐시카우 역할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 성장이 더욱 필요하다. DXVX는 7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동안의 적자지속으로 인한 누적결손으로 인해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별도의 배당정책은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XVX 측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올해 초 법인 설립을 통해 진출한 중국시장에서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한국바이오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해부터 완전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에빅스젠 인수 등으로 강화한 신약사업에서의 연구개발비용 등의 발생이 예상되지만 수익성 개선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적절한 방법의 자금조달 등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DXVX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본사 실적 개선이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 자회사 매출과 한국바이오팜 실적의 온기 반영 등으로 올해 좋은 숫자(실적)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라며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자금조달을 통한 연구비용 대응과 빠른 상업화 등으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