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동양생명(082640)이 지난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대거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이 새로운 회계제도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해당 상품이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수익으로 인식됐지만 IFRS17에서는 전액 손실 계약으로 인식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분류 기준이 바뀌면서 이익 변동성이 커지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회사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동양생명은 보험사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최초 적용(지난해 12월말 기준)에 따른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221억원으로 나타난다. 당기순이익은 –118억원이다. 이는 전환 이전보다 각각 1520억원, 859억원 줄어든 수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에서는 보험사 수익 인식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 방식으로 바뀌는데, 특히 저축성보험과 같은 투자계약 요소는 상당액이 보험영업수익에서 제외된다.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수익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생명보험사는 IFRS17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고 고금리 저축성보험은 줄이는 포트폴리오 개선 작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기존에 절판마케팅으로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다수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을 일시납으로 대량 판매해 자금 유출을 방어했다.
동양생명 역시 지난해 2분기 이후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던 곳이다. 회사의 작년 수입보험료(9조1083억원) 구성은 △생존 4.6% △사망 26.0% △생사혼합 59.5% △특별계정 9.9% 등으로 나타난다. 반면 전년도 수입보험료(5조8221억원) 내역은 △생존 9.1% △사망 40.4% △생사혼합 25.6% △특별계정 24.9%였다.
생사혼합 보험이 1조4887억원에서 5조4201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중심이 사망보험에서 생사혼합으로 이동했다. 사망보험이 종신보험 중심의 보장성보험이라면, 생사혼합과 생존(연금보험) 항목은 저축성보험에 속한다. 즉 동양생명이 지난해 판매한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5조8360억원 수준이다.
저축성보험 중에서도 고객이 보험료를 한 번에 내는 일시납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는데, 그 규모는 초회보험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계약 성립에 따라 고객이 최초로 납입하는 보험료다. 일시납 상품으로 판매한 만큼 초회보험료가 크게 잡힌다는 설명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가 4조6581억원으로 확인된다. 해당 항목의 과거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3720억원 △2020년 4474억원 △2021년 1249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4분기에만 3.2조원 규모의 일시납 저축보험을 판매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FRS17 전환으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작년에 판매한 일시납 상품의 영향”이라며 “IFRS17 기준으로는 일시납 상품이 손실계약으로 전액 한 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동양생명)
IFRS17과 함께 도입되는 ‘금융상품’ 회계기준 IFRS9 영향력도 변수다. 앞서 동양생명이 사업보고서에서 제시했던 IFRS17 최초 적용에 따른 변화 양상은 현행 기업회계기준 제1039호가 기준이고 IFRS9 전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기존 금융자산 분류인 △당기손익인식 △매도가능 △만기보유 구성은 IFRS9에서 △당기손익-공정가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상각후원가 등으로 바뀌는데, 요건 변동에 따라 매도가능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이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대상으로 이동한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평가익 변동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에 반영돼 자본총계에 영향을 미쳤다면 당기손익-공정가치 자산은 순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동양생명의 작년 말 기준 IFRS9 추정치를 살펴보면 매도가능금융자산 7조9765억원이 당기손익-공정가치 4조6027억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3조3725억원으로 재분류된다.
결과적으로 IFRS9 적용 이후 전체 금융자산(파생상품 제외) 35조9321억원 가운데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는 성격의 금융자산 비중이 12.3%에서 24.7%로 두 배 증가한다. 이와 관련 동양생명 측은 사업보고서에서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변동으로 당기손익의 변동성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