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파산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발생했다. 곧바로 다가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0.25%p 수준으로 내다봤다.
13일 신용평가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VB 폐쇄 사태로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캘리포니아 금융감독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관리인으로 선정했다. SVB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본점을 두고 캘리포니아주와 메사추세스주에서 각각 24개, 6개 지점을 보유한 상업은행이다. 미국 은행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로 알려졌다.
SVB (사진=연합뉴스)
SVB는 특히 PB(Private Equity)나 VC(Venture Capital) 등 기술산업 관련 투자회사와 스타트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PE와 VC 회사에 대한 대출 비중이 전체에서 55.6%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코로나 이후에는 초저금리 상황과 고객의 유동성 증가로 예수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던 상황이다. SVB는 이를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면서 유가증권 비중도 높아졌는데, 보유채권 대부분이 만기 10년 이상으로 구성되면서 금리상승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정책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실리콘밸리 투자사와 기업들의 유동자금이 줄어들고, 요구불예금이 이자지급부 예금으로 이동함에 따라 해당 예금의 유출이 발생했다. SVB는 이에 대해 높은 이자를 제시하면서 이자지급부 예금을 확대했지만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관련 평가손실이 지속됐다.
SVB는 지난 8일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채권 매각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는데, 다음날 SVB 그룹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고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정책당국이 은행을 폐쇄하고 예금 지불정지를 결정하게 됐다. 특히 예금 가운데 예금자보호대상이 3%에 불과하고, 대다수 기업의 거액예금이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SVB 사태 배경에는 가파른 금리상승이 주요하게 꼽히는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해 왔는데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이와 관련 송기종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Fed 입장에서는 향후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이번 사태는 정책금리 인상 여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판단된다. 22일 FOMC에서는 인상 폭이 0.25%p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라고 내다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SVB 사태는 긴축 부담의 완화로 해석된다”라면서 “물가 부담이 낮을 경우 3월 0.25%p 금리 인상이 굳어질 수 있지만 물가가 높을 경우에는 Fed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위원장을 주재로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기관과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