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359호로 전월 대비 10.6%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와 함께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 수가 10만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분양 리스크'는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게는 치명적이다. 올해 미분양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태영건설(009410)은 실적 및 현금흐름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분양성과를 통한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정된 전체 공급세대 규모가 작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미분양 적체 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는 시장 침체에 분양시기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10일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올해 공급예정 물량은 총 3951세대다. 태영건설 측은 현재까지 미분양 물량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태영건설이 최근 동탄2신도시에 공급한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숨마 데시앙'(공급규모 1256세대)는 계약이 100% 완료됐으며, 경기도 광주의 '더 파크 비스타 데시앙'(1690세대) 역시 일부만 소수 남아있을 뿐 대부분 물량이 주인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다. 올해 분양예정 물량 세대 중 3419세대가 지방에 공급이 계획돼 있다. 비중으로 따지면 무려 86.5%에 달한다. 수도권 분양물량은 경기도 의왕 오전나구역 재개발(532세대) 1개 단지뿐이다. 물량이 지방에 쏠려있어 '미분양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1월 주택 통계 발표' 자료를 보면 수도권 대비 지방의 미분양 적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359호에 달하는데, 수도권은 1만2257호에 불과하다. 나머지 6만3102호가 모두 지방에 쌓여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경기침체에 따라 당분간은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불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시장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건비, 금융비용 상승 등의 환경에서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지방이 지역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로 공급에 나선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경북 구미(2638세대), 대전(485세대), 경남 김해(232세대), 광주(64세대) 등에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구미에 공급하는 단지는 선투입자금 규모가 커 리스크 또한 큰 자체사업으로 진행한다.
향후 해당 분양단지들에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태영건설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분양 발생이 입주율 저조, 신규사업 축소 등으로 연계될 경우 현금흐름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데, 이미 태영건설의 현금흐름은 나빠진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50억원으로, 전년 동기(78억원) 대비 대폭 축소되며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9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66억원)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현금 창출력은 약해진데다 투자 등으로 지출되는 금액 규모는 커지면서 차입 부담이 여전히 큰 편이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321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태영건설은 공사 진행에 따른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금 증가로 부(-)의 영업현금흐름이 나타났다"라며 "또한 지난해 9월 말 기준 예정 건축 및 자체분양사업과 관련해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현금성자산도 급감했다. 2021년 말 태영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46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2143억원으로 62.7% 감소했다.
태영건설은 분양예정 단지 외 울산(675세대), 대전(490세대), 대구(466세대) 등에도 공급을 계획했으나, 최근 지방 분양시장 침체를 고려해 아직 명확한 시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착공에 돌입하지 못하는 현장들이 발생함에 따라, 이는 곧 태영건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건축부문 매출은 전체의 50.2%를 차지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미 지난해 '실적 하락'을 겪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매출 2조6052억원, 영업이익 88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5.3%, 49.3% 감소한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풀이된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정확한 분양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향후 분양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