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마르는 현금줄…단기 차입금 대거 확대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전환…재고자산 관리 '빨간불'업계 1위도 bhc치킨에 뺏겨…주가도 공모가 하회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엔비가 상장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지난 2020년 말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지만,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적 악화 탓에 업계 1위 자리를 내놓았고, 현금 창출력을 상실하면서 무차입 경영 기조가 깨졌다. 지난해 말 사내이사로 다시 복귀한 권원강 창업주가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엔비는 지난해 매출액 5176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8.2%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26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4분기에는 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건을 팔아도 남는 돈이 없는 구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이사장. (사진=교촌에프엔비)
문제는 실제 현금도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교촌에프엔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7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이 13억원을 기록했지만, 법인세납부로 97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여기에 투자활동으로 219억원이 빠져나갔고, 재무활동으로 67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아울러 교촌에프엔비는 실적이 하락하면서 재고자산관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활동으로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160억원의 현금 유출 현상을 발생시켰다. 재고가 늘면서 현금이 그만큼 묶여버린 것이다. 특히 이전에는 잡히지 않던 재고자산폐기손실로 1954만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재고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45억원을 기록해 2021년 말(525억원) 53.3%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먼저 2021년 말 245억원을 기록한 환매조건부 채권(RP)이 지난해 3분기 모두 사라진 상태다. 환금성이 높아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되는 RP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통예금도 203억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현금이 줄면서 당연히 재무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 교촌에프엔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현금및현금성자산(245억원)이 단기 및 장기차입금(각각 84억원, 67억원)보다 많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단기 차입금을 대거 늘렸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는 1239억원을 기록했다. 695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 대비 1분기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아울러 교촌에프엔비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치킨업계 1위 자리도 bhc치킨에 내주며 2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주가도 끊임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교촌에프엔비는 지난 2020년 11월12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2300원) 대비 93.90% 상승한 시초가 2만3850원으로 입성해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3만1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줄곧 하락추세가 이어지며 2일 기준 종가 925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다시 사내이사로 복귀한 권원강 창업주의 어깨가 무겁다. 권 창업주는 지난 2019년 친인척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책임을 지고 회장 및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권 이사장은 상생경영과 정도경영, 책임경영을 목표로 회사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창업주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자리 잡은 교촌에프엔비가 다시 창업주 체제로 회귀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교촌에프엔비 관계자는 실적 개선 방법과 관련해 “최근 출시한 방콕점보윙 등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제품 출시하고, 고객 수요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경영에 대한 체질 개선을 통해 이익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