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만5000호를 넘어서면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적체 현상은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위기론'이 떠오르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6만8148호) 대비 10.6% 증가해 총 7만5359호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1만7710호) 대비로는 325.5%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미분양은 1만2257호로 10.7% 늘었고, 지방은 6만3102호로 10.6% 증가했다. 대구는 1만3565호를 기록해 유일하게 1만호를 넘겨, 여전히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쌓여 있다.
전북의 경우 전월 대비 1566호가 늘어난 4086호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큰 증가 폭(62.1%)을 기록했다. 충북, 강원, 인천 등도 각각 35.6%, 34.3%, 28.7%의 증가율을 나타내며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고금리'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은 10개월 만에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금리가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주택 담보 대출 감소 등 주택 수요가 저하됨에 따라 수도권, 지방 모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미분양 적체 현상은 건설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분양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사비에 대한 금융비용 증가로 사업비 부담이 늘어나 건설사의 현금흐름 지표 개선이 지연될 수 있으며, 향후 '준공 후 미분양'의 증가로 이어진다면 입주지연 및 잔금지급 지연 등 사업 관련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 증가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 등으로 이어져 재무구조 악화 및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이 28일 폐지됐다는 것이다. 전국의 다주택자도 잔여 물량에 대한 청약이 가능해짐에 따라,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에는 투자자 수요가 가세해 '완판'이 비교적 쉬워질 수 있으나 미분양 물량이 대량으로 쌓여 있는 지방의 경우에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환금성, 투자 가치 등을 고려한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사업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 무순위 청약 요건 폐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지방의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 한 만큼 이번 정부의 요건 폐지와 관련해 연관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