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설립 이후 첫 현금배당…배당금 총액 299억원1년간 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보유 물량 235만1553주코로나19 특수에 이익잉여금 6782억원…2년 만에 1877% 급증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엑세스바이오(950130)가 현금배당에 이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연장하는 등 주주챙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판매 확대로 어닝서프라이즈에 성공하자 8년만에 주주환원 정책을 꺼내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주가 상승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엑세스바이오 고령 공장. (사진=엑세스바이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엑세스바이오는 내달 24일 만료 예정인 300억원 규모 자사주 신탁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해당 계약 연장 안건을 결의했다. 계약에 따르면 오는 5월23일까지 자사주 매입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엑세스바이오는 지난 1년 동안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163만8038주) 매입을 완료했다. 이번 계약 연장을 통해 추가로 매입할 자사주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자사주 취득 가능 한도는 274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최초 신탁계약 체결일(522억원)보다 374.1% 증가한 규모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주당 823.23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6.1%이며 배당금 총액은 299억원이다. 오는 3월28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4월19일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엑세스바이오의 코스닥 입성 후 8년 만에 이뤄지는 주주환원 행보다. 2002년 설립된 엑세스바이오는 상장 1년 6개월 후인 2014년 11월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며, 2015년 5월 보유 중이었던 자사주(26만4070주)를 전량 소각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12월과 2016년 11월 두 차례 신탁계약을 추가로 맺어 자사주(78만4854주)를 확보했으나, 소각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다가 2018년 6월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데 전부 써버렸다. 교환사채 발행을 위해 처분한 자사주 규모는 44억원이다.
당시 엑세스바이오로선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주주환원에 투자할 재원이 넉넉지 않았다는 평가다. 적게는 12억원(2016년), 많게는 80억원(2019년)의 순손실을 낸 탓에 배당을 실시할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 판매로 호실적이 지속되자 본격적인 주주환원에 나선 모습이다. 엑세스바이오는 2020년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343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았다.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받으며 현지에서 7517만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린 덕분이다. 해당 제품은 2021년 4억867만달러, 2022년 3분기 누적 6억4513만달러 순으로 급증했고,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78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축적할 수 있었다. 2년 만에 1877% 늘어난 것이다.
이례적인 주주환원 행보에 나선 만큼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엑세스바이오 주가는 지난해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초 2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회사의 주가는 1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2021년 1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현재는 39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 부담을 일부 덜어낼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를 통해 유통주식수를 줄이면 전환사채(CB)의 보통주 전환 등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제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취득한 자사주의 소각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현금창출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추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자사주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엑세스바이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361억원의 넉넉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은 문제없을 전망이다.
이에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사주 신탁계약은 주주환원 일환으로 실시되는 것”이라며 “향후 자사주 소각 등 활용방안에 대해선 현재로서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엑세스바이오는 혈액 기반 조기 암 진단 분야 진출을 통한 매출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액체 생검 암 진단기업 진캐스트에 60억원을 투자했다. 액체 생검은 혈액·타액·소변 등에 존재하는 핵산 조각을 분석해 암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이번 진캐스트 지분 확보를 통해 글로벌 조기 암 진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국방부 산하 조달청(DLA) 주관 입찰에서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공급업체로 선정돼 약 2700억원 정도의 예상 구매금액을 확보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자회사 웰스바이오를 통해 코로나19와 A·B형 독감 동시진단키트 허가를 획득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