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연간기준(이하 잠정실적) 영업이익률 8%를 기록하고도 운전자본 부담에 순차입금은 1년 전과 비교해 3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기업평가)
15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022년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2021년말 대비 3443억원 증가한 8조3856억원을 기록했다. 한기평은 고유가로 운전자본투자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석유화학부문의 HPC 건설 프로젝트 투자와 그룹의 주주환원정책 강화 기조로 인한 배당 확대로 지출 확대 영향으로 분석했다. HPC 건설 프로젝트는 지난해 완료된 사업으로 총 투자액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 증가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는 지난해 연간기준 고성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4조9550억원, 영업이익은 2조7898억원이다. 각각 2021년 대비 69.6%, 144.2% 상승한 수치다. 한기평은 동시기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도 2.4%포인트 상승한 8.0%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하반기는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상반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차질로 사정이 달랐다. 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휘발유 블렌딩용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연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잠정실적에서 2022년말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한기평이 조사한 총 영업현금흐름이 2조784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0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늘리지 않아도 경영이 가능했을 것이란 의문이 나온다.
한기평이 언급한 대규모 투자금과 배당금액은 △HPC신설투자 2022년 투자예정액 약 4700억원 △SK네트웍스 주유소사업 인수금(임차보증금 약 1800억원, 리츠지분투자 500억원) △2022년 이익 증가 및 주주환원정책으로 인한 중간배당 실시로 배당규모 확대 △2020년에는 현대글로비스 용선계약, 주유소 임차권 인수 등으로 리스부채 약 1조원 증가 등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제무재표 상에 현금이 있다고 해서 당장 현금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투자할 부분이 많으면 보유한 현금을 갚으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올초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목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성과급 지급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는 지난해 정유 4사(
SK이노베이션(096770), S-oil, GS칼텍스)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이익 체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